연예일반

팬에 대한 모순된 인식...

까칠부 2010. 3. 7. 06:53

솔직히 나도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몇 리플 달린 거 지워버리기도 했지만, 아마 평소의 나였다면 청춘불패따위, 더 이상 재미없어졌다 싶은 순간 바로 접어버렸을 것이다. 뭣한다고 재미도 없는데 앉아서 방송시간까지 맞춰가며 보고 있을까. 더구나 뻔히 한 소리 들을 걸 알면서도 이러쿵저러쿵 써대고.

 

원래 가요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았었다. 아니 정확히는 도대체 몇 시에 어디에서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뮤직뱅크 순위산정방식도 얼마전에야 알 수 있었다. 엠카와 인기가요는 지금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라디오까지 일일이 시간 나는대로 찾아듣고, 놓친 것은 다시보기, 다시 듣기로 찾아보고 듣고 있다.

 

미친 거다. 미치지 않고서는 내가 이딴 수고를 할 리 없다. 하지만 나보다 더 미친 사람들은 굳이 더 먼 곳에서 카라가 광고한 치킨이며 피자를 사 먹고, 앨범도 몇 장이나 사들이고, 스트리밍도 음악을 아예 들을 수 없게 모든 음원사이트를 동시에 쉬지 않고 돌리는등 지극정성이다. 일본에서 발매하는 카라 스페셜DVD를 주문한 사람도 있다더라. 매번 공방 뛰고 어쩌고...

 

그래서 팬이다. 팬이란 한 마디로 살짝 맛이 간 사람이란 뜻이다. 살짝 맛이 간 거다. 원래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판단력을 잃는다. 사랑에 빠지고서도 냉정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에 빠진 게 아니다. 사랑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어찌되었거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미치는 수밖에 없다.

 

몇 장이나 앨범을 사들이고, 음원도 따로 다운로드받고, 유료투표에도 자기 돈 들여 일부러 참가하고, 관련한 상품을 사고, 기왕에 살 것이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광고한 것으로 사고, 공방에, 이것에, 저것에, 그 지극정성이란... 그게 과연 이성적으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가? 더 좋아하니까 더 열심이고, 그래서 그런 팬들을 상대로 기획사든 연예인이든 장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팬덤 아니면 누가 음반 사주고, 누가 음원 다운로드받아주겠는가? 순위프로그램에서 누가 열성적으로 투표에 참가해 1위로 올려주겠는가? CF도 어느 정도 그런 팬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들어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 웃긴 것이, 좋아할 때는 그렇게 이성을 잃고 열정적으로 좋아하라고, 그에 대해 이것저것 팔고 돈도 벌어놓고는, 화를 낼 때는 이성을 찾으라 한다. 하긴 그러더라. 이성이란 비이성적 부당함이 기대는 마지막 의지처라고. 부당하고 불합리하기에 마지막에 기대는 것은 이성. 뭔 짓을 저지르고서도 마지막에 하는 말,

 

"제발 이성을 찾아! 말로 하자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했으니 배신감도 그리 크게 돌아오는 것이다. 아마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 그 순간 팬질 접고 조용히 잊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팬까지는 아니다. 머리 한 구석에 이성이 남아 있어 그런 나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있으니. 그래서 누구처럼 듣지도 않는 음반을 사들이고 하는 진짜 쓸데없는 짓은 못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는 것이다. 과연 그들의 감정이 그리 쉽게 통제될까? 통제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면 그렇게 빠져들지도 않는다.

 

어이없는 것이다. 그같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애정에 기대어 장사를 하더니, 이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를 느껴 역시나 그를 열정적으로 표출하니까 비이성이란다. 광기란다. 그러면 그동안은 그런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핫티스트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 없다. 여기저기 게시판에서 충돌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참 매너도 더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기들끼리 좋아하는 건 좋은데 왜 다른 연예인이나 그 팬은 공격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2PM의 문제들에는 그리 열정적으로 감싸고 도는가.

 

JYP의 정욱인가 사장이 그랬다지? 박재범 미국으로 떠날 때 왜 팬들은 쉴드를 쳐주지 않았느냐고. 참 불쌍할 정도로 실드를 쳤었다. 온갖 곳에서 욕을 들어먹으면서도, 온갖 비난과 조롱을 들으면서도, 너희들 때문에 박재범이 더 싫어졌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거의 유일하게 박재범의 편을 들어주었던 것이 2PM팬들이었다. JYP도, 2PM도 모두 외면하고 있을 때 그들만이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다른 2PM 멤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루머를 들고 오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 비판하고 할 때 가장 앞장서서 욕먹어가며 싸우던 것이 핫티스트였다. 그러다 그게 지나쳐서 다른 연예인 공격하다가 나와도 충돌하고 했었지만 그렇게까지 하던 사람들이 2PM 팬들이더라는 것이다. 분명 그것도 비이성이었고 광기였다. 그래서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그리고 지금 그것이 2PM에게로 향하는 것은?

 

내가 2PM 팬들을 동정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감정 자체는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렇게까지 했던 팬들의 마음이 그런 식으로 배신당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하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랬어야 했던가. 그래도 팬인데. 서로 욕하며 싸우던 사이이기에.

 

세상에는 때로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니 이성으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마음이 이성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지금도 돌도끼 들고 토끼잡이에 나서고 있었을 것이다. 이성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이성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가.

 

나도 사실 팬덤 싫어한다. 말했듯 그들의 과도한 열정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니까. 몇 번을 싸웠고, 10년 넘게 다양한 팬덤과 아주 질리도록 싸웠었다. 그들의 과격함은 진짜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나의 이성은 그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그리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만다. 그것도 또 사람을 사랑하는 한 방식이라. 오히려 좋아한다.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모순된 감정이란 그래서 전혀 모순되지 않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감정에 맡기는 게 옳다. 그것이 심각한 범죄로까지 발전하지 않는 한 감정은 감정으로 푸는 것이 옳은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자신으로 비롯되었다면 그에 대한 모든 원망과 비난까지 도를 넘어서지 않는 한 받아들어야 하는 것이 연예인으로서의 기본일 것이다. 그동안 팬에 의지해 인기와 부를 누려왔기에 그런 정도는 돌려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획사도 마찬가지.

 

그러나 참 희한한 기획사와 연예인들이라... 앞으로 2PM 팬덤 하는 것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아니 JYP 관련한 모든 팬덤에 대해 유의해 살펴볼 것이다. 과연 얼마나 이성적인가? 과연 얼마나 냉정한가?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가? 예의바르고, 착하고, 성실하고... 과연? 아니면 그 책임은 JYP에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도대체가 팬이란 자체가 그런 것인데 팬더러 이성적이 되라, 냉정해져라... 이성적이고 냉정하면 팬같은 것도 못 된다. 연예인만이 아니다. 정치인 팬들도 그렇게 이성을 잃고 냉정을 잃은 집단들이다. 정치인 팬덤이 그딴 소리 하면 그래서 더 웃긴다. 같잖은 것들이.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팬덤 상대로 장사도 하는 것이다. 기획사가 팬덤에 의지해 장사할 수 있는 것도 그런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좋을 때는 그래서 돈 잘 벌리니까 좋고, 아니면 성가시고 귀찮으니까 비이성이고 광기고. 참 편리한 논리들이라. 정말 재미있다 하겠다. 재미있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