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 가운데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는 커녕 1위후보에도 올라본 적 없는 경우가 더 많더라는 것 때문에.
실제로 그랬다. 가요순위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누가 1위하더라만 보았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1위하더라... 글쎄... 조관우가 마지막이었나? 조관우가 1위 했었나 모르겠다. 아, 베이비복스가 1위를 몇 번 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그 밖에는...
그래서 별 감흥이 없다. 1위를 하거나 말거나... 1위여서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1위가 아니라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1위하는 가수와 노래가 있는가 하면 1위 후보에도 못 드는 가수와 노래가 있다.
예전 육각수가 서태지와 아이들을 누르고 1위를 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육각수가 서태지와 아이들보다 나은가? 블랙홀은 아예 1위후보는 커녕 순위권에도 못 들었었다. 그러면 블랙홀은 가치가 없는가?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1위한다고 나와 상관할 게 뭐가 있는가? 가수가 1위를 하는 거다. 내가 아니라. 단지 좋아하는 가수이니 1위하는 것을 보니 좋을 뿐, 그게 뭐라고 자랑하고 열등감느끼고...
순위가 높으면 순위가 높은 것을 좋아하면 그만이다. 남 뭐라 할 게 아니라. 순위가 낮으면 조금 대중적으로 덜 인기가 있나 하면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가 듣기에 좋지 않은가.
순위프로그램이 재미있기는 하다. 요즘 말고 예전. 저 밑에서부터 올라와서 어느샌가 1위 후보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그 짜릿함이란... 요즘처럼 음반 내고 바로 1위후보... 솔직히 허무하다. 아직 노래를 들어 본 적도 없다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데 벌써 1위란다. 노래가 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재미가 사라지고 나서는 그저 무의미할 뿐. 김태원도 말하더군. 기타리스트에 무슨 순위가 있고 서열이 있는가. 예전 어느 기타리스트도 같은 말을 했다. 세상에는 기타리스트의 수만큼 많은 다른 개성이 있다고. 그것을 굳이 순위를 매겨 잘났네 못났네 서로 다투는 것은...
물론 1위하면 좋기야 하다. 누가 뭐라나? 1위하고 나면 어찌되었거나 좋은 거다. 그러나 그것이 순수하게 대중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은 노래에 대한 상이어야 하는데, 누가 더 낫고 못났고가 되면 어이가 없는 거다. 세상에는 그렇게나 많은 개성이 있고 스타일이 있고 방식이 있는데 도대체 그걸 무슨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나? 1위 많이 하면더 낫고, 아니면 못하고. 1위 많이 못했으니 좋아하면 열등하고, 1위 많이 했으니 좋아하는 게 우월한 게 되나?
그런데도 누가 1위를 하고, 누가 순위가 어떻고, 그것 가지고 서로의 가치를 정하고, 서로 경쟁하고, 비웃고, 조롱하고... 그런다고 자기의 가치가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찌질해 보인다. 오죽 한심하면 그런 것 가지고 자랑하고 돌아다니는가.
결과적으로 되면 좋은 거다. 굳이 집착할 필요 없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으니 좋아라 하면 되는 거다. 그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만족도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내가 좋다면 좋은 거다.
조금 오만해질 필요가 있겠다. 신해철이 그러지 않던가.
"내 음악을 이해하기엔 대중은 너무 우매해."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취향을 조금 더 존중할 필요가 있겠다. 1위를 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기에 카라인 것을. 아마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루팡을 가루가 되도록 까고 있었을 거다. 내가 만족하니 헬렐레 무대동영상 찾아보며 좋아라 하고 있는 거다.
내가 카라의 순위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구하라를 울리고 싶다. 한승연이 애기울음소리를 듣고 싶다. 내가 만족해 버리면 그 다음은 전혀 상관이 없는 거다.
참 돌아다니다 별 해괴한 꼬라지들을 다 봐서. 고작 뮤직뱅크 1위 하고 못하고 가지고 그렇게까지 진지해질 수 있다는자체가 난 신기할 뿐이다. 내 취향이 너무 마이너라서일까?
1위를 해도 카라고, 아니어도 카라고, 어찌되었거나 이번의 루팡은 좋은 음악이고 무대도 훌륭한 무대다. 카라다웠고 카라스러웠다. 카라의 가치는 내가 정한다. 다른 누가 아니라. 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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