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 아주 느린 조금씩의 성장, 저마다의 일상과 군상

까칠부 2019. 10. 12. 06:31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정상일 것이다. 사실 대부분 다른 직원들도 자기 업무영역 넘어가면 태반 모르는 것들이다. 하긴 그나마 중소기업이어서 낫다. 워낙 가족처럼 서로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사람 나갔다고 바로 그 업무도 대신할 수 있다.


되는 것 하나 없이 좌충우돌. 보는 내가 저러다 어떻게 될까 답답하게 여길 정도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직원들을 자기 입장만 챙기고 자기 이익만 내세운다. 아예 배신자까지 하나 있다. 서로 상처주고 상처입고, 또 그런 게 사람 사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아마 대표이사 이선심이 가진 단 하나 장점일 것이다. 워낙 잘난 것 없는 주제라 그런 정도 상처에 주저앉지 않는다.


원래 그런 게 맞다. 욕먹으면서 버티고, 무시당하면서 견디고, 내가 이 회사 왜 다니는가 싶으면서도 끝까지 다닌다. 저마다 그래야 할 이유들이 있다. 때로 누군가 보면 한심하고, 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어디선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직장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다. 직장에 붙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버티고 견디고 그리고 살아남는다. 직장은 전장이다. 세상은 지옥이다. 그 지옥을 살아남기 위한 동지들이다.


저마다 자기만의 고단한 일상들을 견디면서. 자기만의 이유를 찾으면서. 그리고 조금씩 성장해간다. 자기 회사란 자각이 없었다. 사장의 회사이고 단지 자기는 월급만 받아갈 뿐이다. 딱 월급 만큼만. 자기 직급 만큼만. 그러니까 더 큰 욕심을 부리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나온다. 느닷없이 자기들이 주인이 되었다. 아직 아무도 이선심을 진정으로 사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자기들이 해야 한다.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


회사 경영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칠푼이들이, 도대체 자기가 지금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팔푼이들이, 그렇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일상의 군상들이, 그래서 이선심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당사자이며 관찰자다.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도 드라마라고 아무 대책없이 그들을 혼란 속에 던져 놓지 않는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유진욱이 있고, 애매하게 친절한 박도준도 있다. 그의 냉정함조차 남다른 성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도 너무 버겁다. 언제나 드라마에도 웃으며 볼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까. 현실이 원래 그런 것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