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해먹는 집이 많은지 모르겠다. 고추찜이라고 있다.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묻혀 밥 위에 얹어 찐 다음 간장에 버무려 만드는 반찬이다. 여기서 굳이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묻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래야 간이 잘 배기 때문이다.
고추 그대로는 바로 간이 스며들지 않는다. 최소 몇 시간은 푹 담궈 놔야 겨우 간이 배게 된다. 그것도 고추가 잠길 정도로 장을 만들어 담가야만 간이 제대로 밴다. 반면 밀가루풀은 그냥 대충만 버무려 놔도 알아서 간을 흡수해 배게 만든다. 즉 고추 표면에 밀가루를 입히는 자체가 간을 빨리 효과적으로 배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고기를 그냥 굽거나 튀기면 당연히 소스가 잘 배지 않는다. 오래도록 고기를 재워두거나, 아니면 고기를 익힌 뒤 소스를 묻혀 먹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낸다. 고기에 밀가루를 입히고 튀겨내어 소스를 묻히면 소스가 쉽게 고기에 배어들지 않을까. 그렇게 발명된 요리란 것이다. 설탕의 단 맛과 식초의 신 맛을 고기와 잘 어우러지게 하려면 중간 고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밀가루 튀김옷이다.
실제 제대로 찍먹으로 탕수육을 먹어 보면 탕수육이 그냥 돼지고기 튀김만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튀김옷이 제대로 소스를 빨아들여 고기와 어우러질 때 진짜 탕수육의 맛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는 탕수육을 소스에 적신 뒤 다시 간장에 찍어서 먹고는 했었다. 소스가 배어든 탕수육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요리로 여겨진 때문이다.
배달할 때 처음부터 소스를 부어 놓으면 너무 눅눅해지는 탓에 따로 배달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따로 먹는 데 익숙해지며 소스가 배어든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깐풍기는 소스와 함께 중화냄비에 볶아야 맛인 것이다. 원래 중국 요리들이 대부분 그렇다. 탕수육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들이 좋다니 뭐라 하기도 뭣하고. 내가 먹는데만 훼방놓지 않으면.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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