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과 백두산이 나온다고 해서 간만에 놀러와를 본방으로 봤다. 그러고 보니 김태원은 놀러와만 세 번째구나. 그리고 유현상은 두번째. 유재석이라는 기대도 있고. 놀러와라는 믿음도 있고.
그러나 불만이 아주 없었던 것이 아닌 것이, 어차피 부활과 백두산 나온다고 챙겨 볼 사람들이라면 부활과 백두산의 음악에 더 관심이 있을 텐데 신변잡기보다는 그런 쪽에서 접근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긴 음악인 김태원이나 음악인 유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실제 몇이나 될까. 결국에 예능인 김태원, 예능인 유현상... 놀러와 입장에서도 그런 것을 기대하고서 두 사람을 부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김태원과 김도균의 잼 이외에 각 멤버들끼리의 잼은 아니더라도 합동공연이라도 한 번 해 봤으면... 두 팀이 함께 연주할만한 레파토리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김창식씨 숙박업 한다는 것 말고는 대개 한 번 씩을 들어본 이야기라 식상한데 차라리 그 쪽이 나로서는 나았을까 싶다. 뭐 백두산과 부활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알릴 수 있었으니 좋았을 테지만.
시나위도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백두산과 부활, 시나위... 80년대 중반 젊은 영혼을 퐈이어하게 만든 이름들이었는데. 다만 신대철 이 아저씨는 좀 너무 심각한 데가 있어서... 언제고 한 번 세 팀이 다시 모이는 것을 기대해 본다.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 3대 기타리스트의 합동연주도. 그때는 김태원도 더 나아져 있으려나?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지 예능으로서 소모하기보다는 음악인스러운 순수함과 솔직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더라는 것. 김창식과 박찬, 김도균, 모두 방송에 익숙지 않아 어색해하는 가운데, 그것을 일부러 희화화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게 좋았다. 역시 유재석이랄까? 그래도 방송을 좀 해서 방송인으로서의 관록이 묻어나는 부활에 비해 백두산이 유독 눈에 들어온 부분이었다. 이렇게까지 순수한 사람들이로구나...
하긴 음악이라는 게 순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긴 하겠지만. 공연 성공해서 남은 게 50만원... 수입이 없어서 아예 돈관리고 뭐고 없다고. 뭐 그게 우리나라 밴드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밴드로 돈 버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많은 인디밴드들이 그래서 음악 이외에 부업을 갖고 있다. 아니 오늘 모인 팀들도 그랬다. 채제민이며 서재혁도 부활 일 없을 때는 세션을 주로 뛰었고, 정동하도 말한 그대로, 김창식은 숙박업, 유현상은 라이브카페던가? 채제민도 라이브클럽 운영할 거다. 박찬의 아르바이트 이야기야 거의 스텐다드일 테고. 그럼에도 여전히 음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것. 50이 넘어서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건 순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거다. 우리나라 음악현실에서 밴드음악이라는 게...
부활이야 최근 김태원이 예능 돌면서 풀린 경우고, 백두산은 그나마 행사를 돌기도 애매한 메탈에 더구나 나이대들도 그래서 아직까지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 같고, 우리나라에서 음악으로 돈 벌어 먹고 사는 밴드란 진짜 거의 손으로 꼽을 정도다. 내가 더욱 밴드컨셉 아이돌을 싫어하는 이유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그 시장이 바로 저런 밴드가 가졌어야 할 시장이므로. 하긴 어차피 밴드컨셉 아이돌이나 좋아할 거면 진짜 밴드음악따위는 안 듣지 않을까?
아무튼 김도균의 파마머리는 무척 잘 어울렸고... 긴 생머리일 때는 조금 추레해 보였는데 파마하고 나니 엣지가 사는 것이 락커같다. 기타솜씨야 여전히. 김태원도 나름 실력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나저나 그래서 참 궁금한 게 중간에 나온 인형의 부활 영상이다. 김태원도 처음 봤다고 하는데, 나도 처음 봤다. 인형의 부활 라이브 영상이 있었단 말인가? 그것 유료로 풀면 안 될까? 한 번도 못 본 것이라 아쉽다. 김태원의 지미핸드릭스 커버시절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한국의 지미핸드릭스라 불렀었지.
이런저런 흘러간 이야기들에 정겨운 이야기들. 김원희도 희야 콘서트에 참가했던 희 중의 하나였구나. 유재석은 아무래도 백두산 팬이었던 것 같고. 이윤석이야 성향상 백두산.
그러나 역시 백두산과 부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듣지 못한 것이. 비록 놀러와가 그런 프로그램은 아닐지라도 두 팀의 합동연주를 보지 못한 것도. 기다려 본 보람은 있었지만.
80년대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활은 당시 멤버라고는 김태원 하나고, 백두산에서도 박찬은 당시 멤버가 아니지만 그래도.
아, 유현상의 한 마디가 그래서 생각난다.
"멤버들이야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김태원이 꽤 아팠으리라. 멤버교체가 가장 많았던 - 아마 세계적으로도 최다가 아닐까 싶은 팀이 부활이었으니. 도대체 몇 명이나 들어왔다 나간 거야? 재미있었다. 의미도 있었고. 아쉬웠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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