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이런 수수께끼가 있다. 내 것인데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은?
아마 다들 답을 알 것이다. 이름이다. 이름은 내 것인데 그러나 불러 쓰기는 남이 더 많이 쓴다.
물론 자기가 더 많이 쓰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나도 안다. 그러나 내 또래 남자가 그랬다가는 어느날 공짜술 얻어먹고 이름모를 야산에서 눈을 뜰 확률이 아주 높다. 아주 위험한 짓이다.
이름이라는 게 그렇다. 이름을 지어 붙이는 이유는 자신을 남과 구분짓기 위해서다.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다. 아마 세상에 나 하나 뿐이라면, 혹은 단 둘 뿐이라면 이름이란 필요없겠지? "나"와 "너"가 이름을 대신할 테니까. 그게 안 되니까 구분짓자고 이름을 지어 붙이는 것이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왜 캐릭터를 정하는가. 김태원이면 김태원이고 김성민이면 김성민이지 왜 국민할매라 하고 봉창이라 할까.
이 경우도 사실 김태원이며 김성민 자신에게는 캐릭터란 별 의미가 없다. 김성민도 그런다. 자기가 왜 봉창인지 모르겠다고. 김태원도 처음 할머니라 부를 때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었다. 그들 자신이 봉창이고 할머니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단지 주위에서 부르기를 그렇게 부를 뿐.
김성민은 그저 자기를 연기할 뿐이다. 김태원 역시 인터뷰에서 밝혔듯 자신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일부러 더 잘하려고도 하지 않고, 일부러 더 웃기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단지 그것을 보고 주위에서 이르기를 봉창이고, 할머니라.
실제 지금도 보면 김태원의 국민할매며 국민시체 캐릭터를 가장 열심히 많이 써먹는 것은 주위의 다른 멤버들이다. 김성민 역시 마찬가지다. 이윤석이 김태원의 건강을 걱정하며, 윤형빈이 때때로 김태원의 노인 이미지를 공격하며, 이경규가 요즘에는 김태원의 억삼 캐릭터를 가지고 하는 말이 다 구라라고 디스한다. 김성민 역시 그의 지나친 에너지로 인한 반발과 비난에 더해 남자의 자격의 에이스로서 인정받는 모습에서 봉창이라는 캐릭터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정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정진 자신이 자기를 비덩이라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이정진은 단지 자신의 부족한 예능감에 대해 컴플렉스를 내보일 뿐이었다. 그를 비덩이라 부른 것은 주위 멤버들이고 제작진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었다. 그리고 이정진 자신이 연기하는 부족한 예능감에 대한 컴플렉스보다 주위에서 보는 그냥 있어도 그림이 나오는 비덩이 그의 캐릭터가 되고 있다.
이경규가 지금 욱사마가 되어 버럭한다고 누가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던가. 그래봐야 웃고 떠들며 그것을 놀리는데다 써먹을 뿐이다. 이경규의 욱사마라는 것도 이제는 이경규를 소재로 놀릴 때나 써먹는 거지, 이경규 자신도 진심으로 주위를 제압하거나 주도하려 욱사마를 연기하지 않는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라고 하는 고정된 이미지가 그렇게 반복되어 노출됨에도 크게 소모되거나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때문이다. 물론 출연자 자신이 의도적으로 연기해 보이는 경우라는 것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결국 그 캐릭터를 확정하는 것은 주위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아무리 자기가 그같은 모습을 반복해 노출시키더라도 정작 그것을 가장 많이 써먹는 것은 역시나 주위라는 것이고.
이를테면 우회침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계속해 반복해 주장한다면 결국 사람이란 언젠가는 질리고 지겨워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상대의 의도와 내 의도가 충돌하면서 반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선화의 백지캐릭터나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가 의도적으로 과잉노출되었을 때 사람들이 그에 반발하여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뀐 것이 그래서였다. 그러나 반면 한선화는 스스로 백지캐릭터임을 부정하고 있는데 현실이 그러하고, 그것을 주위에서 적극 활용하여 이미지를 만든다면, 처음 그랬듯이 그것은 매우 신선하고 백치미가 무척 귀여울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다.
김태원이 "나 국민할매요!" 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이정진이 "나는 잘생겼으니까..." 그랬다면 오히로 욕만 무지 먹었을 것이다. 그런 컨셉 살릴 수 있는 것은 현재 카라의 박규리 외에는 몇 없을 것이다. 김성민이 스스로 봉창이라 했다면 그래도 봉창은 호감으로 여겨질 수 있었을까.
더불어 이같은 캐릭터의 자기로부터의 유리라 하는 것은 출연자 자신에게도 여지를 넓혀주어 굳이 캐릭터를 반복소모하지 않고서도 반전을 주거나 하며 다양한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어떤 특정된 캐릭터야 주위에서 활용하여 강조한다 하더라도, 역시나 그 또한 자기의 한 부분에 불과하기에 자기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그 안에 다양한 변화와 반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자기가 직접 캐릭터를 연기해 보이지 않고서도 주위로 인해 캐릭터는 유지될 것이기에 그 여지는 크다 하겠다.
예를 들어 이윤석의 경우도, 원래는 이경규의 하인이었다. 그래서 이경규나 김국진이나 김태원이나 곧잘 그런 부분을 활용해 웃음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이윤석이 최근 가장 빵빵 터뜨렸던 것은 바로 그같은 하인 캐릭터를 배반하는 이경규에 소심하게 반항하는 모습이었다. 이윤석 자신이 하인 캐릭터를 굳이 강조하거나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자연스런 반전이며 변화였다. 여전히 이윤석은 이경규의 하인이었지만 그 안에서 이같은 소소한 변화를 주어 맛을 더하는 것이다.
김태원이 국민할매로써 할머니 이미지로 웃음을 주는 것도 사실 김태원 자신이 한 번도 할머니 이미지를 강조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굳이 할머니 이미지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데, 그런 가운데 자연스레 나타나는 할머니로서의 어떤 모습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어떤 반전과 파격의 재미를 주는 것이다. 뭐랄까 자꾸 아니라 하는 당사자로부터 그런 모습을 굳이 찾아내며 웃고 마는 그런 은밀한 즐거움이랄까?
청춘불패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 할 것이다. 물론 김태우와 현아, 나르샤의 경우는 그들의 캐릭터가 주위에 의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나마 그 나머지의 경우는 써병커플 조차 써니와 효민, 신영 사이에서나 의미가 있을 뿐 주위에서 어떻게 활용되거나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구하라와 유리는 아예 서로 역할바꾸기를 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모습을 연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관계가 단절되어 있고.
더구나 현아와 나르샤의 지금 캐릭터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나치게 그들 자신의 연기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플레이다. 액션이고. 그렇다 보니 시청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간다. 변화의 여지가 없다. 이래서야 캐릭터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면 재미가 없을 뿐이고, 캐릭터를 연기하면 또한 이미지의 반복적인 노출로 소모될 뿐이다. 지지난주 한창 시끄러웠던 것도 바로 그런 때문 아니었던가.
한선화도 그런 경우였다. 처음 백지캐릭터는 참 귀엽고 신선했다. 끝까지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면서 반복해 문제를 푸는데 그래도 매번 틀리는 모습이라는 것이... 그러나 아예 그것을 컨셉잡고 김신영과 코너까지 만들어가며 노출시키고 나자 금새 질리고 지겨워지고 말았다. 차라리 혼자서 심부름 갔을 때 가게 주인 아주머니와 셈 내기를 했을 때 아예 주위의 기대를 배신하며 이겨 버렸을 때는 얼마나 놀랍고 재미있었던가.
최근 한선화의 모습에 마음이 놓이는 것도 그래서다. 이제는 전처럼 백지캐릭터만을 따로 강조해 드러내는 법이 없다. "나 똑똑하지" 그러면서 자랑스레 말하는데 물론 완전 바보는 아니지만 어딘가 빈틈이 있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농기계 운전을 하는데 재봉틀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엉뚱함이 사랑스러웠고. 여기에 어차피 한선화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주위에서 써먹을 여지가 많기에 김신영이나 구하라나 잘 반응하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한선화의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백지와 전혀 백지스럽지 않은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유지하는가가 - 결국은 주위에서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아무튼 문제다. 전에도 말했지만 청춘불패는 조용하다. 진짜 조용하다. 최근 많이 왁자해지기는 했지만 결국 자기 이야기만 할 뿐 남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남의 캐릭터를 가지고 소재삼아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던지고 그것을 받아 또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데, 그런 가운데서 캐릭터가 강조되어 나와야 하는데, 그저 자기 캐릭터만을 연기하려 할 뿐 다른 출연자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유일하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출연자가 김태우 하나랄까? 확실히 김태우는 눈여겨 볼 만 하다. 그의 캐릭터도 바로 그같은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청춘불패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즉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끊임없이 떠들어야 한다. 쉴 새 없이 액션과 리액션이 오가야 한다. 그렇다고 자기만 연기하면 끝인가. 자기가 자기를 연기해서 끝나는 것은 스튜디오 버라이어티 뿐이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와는 달리 전혀 다른 강도로 반복되어 같은 이미지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장르다. 혼자서만 떠들어서는 결국 소모되고 말 뿐이다.
주위에서 떠들어주어야 한다. 캐릭터는 내 캐릭터이되 주위에서 다 많이 자주 써주어야 한다. 주위에서 오히려 더욱 캐릭터를 강조함으로써 정작 당사자에게 여지를 만들어주고, 반전을 주고 변화를 줄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전에도 말한 "그것이 전부라 여겨지게 만들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나르샤가 굳이 성인돌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고도 주위에서 그렇게 몰아가면 나르샤도 청순가련형이나 참한 맏며느리감 연기가 가능할 것이다. 혹은 성인캐릭터를 연기할 때 굳이 그에 호응하려 하기보다 놀라고 반발하는 모습을 통해서 성인돌캐릭터를 나르샤가 의도한 이상으로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아의 되바라진 10대의 연기를 눈여겨 본 것도 바로 그같은 나르샤의 성인돌에 가장 큰 반전을 줄 수 있는 것이 현아인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 현아까지 섹시로 가버리면 나르샤마저 소모될 수 있으므로 현아는 귀여운 채인 게 좋다. 마치 어른을 흉내내는 아이처럼.
구하라에게 하라구라는 캐릭터가 있다. 그러면 써니가 먼저 그것을 쓰는 것이다. 혹은 효민이나 선화가 그것을 먼저 쓰고, 구하라는 그에 대해 리액션으로서 하라구를 보이거나, 반전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한선화더러 백지라 할 때 오히려 남다르게 똑똑한 모습으로 나머지를 바보로 만들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그럴 때 구하라는 하라구가 되고 한선화도 백지가 된다. 하라구라 백지라 한다고 그게 캐릭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굳이 현아가 징징현아를 연기하지 않아도 주위로 인해 그것은 유지될 수 있어야 또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것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재미와 매력을 다하는 것이다.
캐릭터를 찾고 개발하고 하는 것은 온전히 출연자 자신에게만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출연자 자신은 물론 주위와의 관계에 더 크게 의존하는 바가 오히려 크다. 왜 리얼버라이어티에서 MC의 역할이 중요한가. 성공적인 리얼버라이어티의 MC가 왜 그리 희소할 수밖에 없는다. 이런 모든 것들을 중심에 서서 조율해야 하는 것이 MC인 때문이다. MC가 주위를 떠받쳐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웃길 수밖에 없는 이유도, 결국에 그들의 캐릭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주위를 살림으로써 자기도 산다. 일류MC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아무튼 말하고 싶은 것은 캐릭터라는 게 자기 혼자 잘해서 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자기 혼자 나는 이런 캐릭터다 정하고 연기한다고 캐릭터가 되는 게 아니다. 주위에서 반응해주어야 한다. 주위에서 먼저 그것을 써줄 수 있어야 한다. 아니 그러라고 캐릭터다. 마치 이름처럼 내 것이되 주위에서 편하게 갖다 쓰라고. 주위로 하여금 나를 구분해 여길 수 있도록 하고자. 나는 단지 나를 연기할 뿐.
캐릭터란 부자연스러운 것인데 어떻게 리얼버라이어티는 자연스러운가.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하겠다. 내가 그렇다 해서가 아니다. 주위에서 그렇다 해서다. 내가 주장해서가 아니라 주위에서 먼저 그러고 인정하고 났기에 캐릭터인 것이다. 하나의 기믹으로써.
내가 그토록 캐릭터와 관계에 대해 강조한 이유일 것이다. 관계 없이는 캐릭터도 없다.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캐릭터만이 진짜 캐릭터다. 그것이 리얼버라이어티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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