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차라리 캐릭터가 없는 쪽이 낫지 않을까...

까칠부 2010. 4. 10. 22:42

하긴 그런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 그런 글도 쓴 것일 게다. 캐릭터란 그런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캐릭터다. 내가 연기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갖다 쓰며 이용하는 것이 캐릭터다. 그래야 자신도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예를 들어 나르샤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르샤가 굳이 성인돌을 연기하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를 끊임없이 이용해 이야기를 만든다. 그러면 나르샤는 굳이 성인돌을 연기하지 않고서도 성인돌일 수 있게 된다. 그런 때 나르샤가 어떤 이제까지의 성인돌과는 다른 모습을 연기해 보인다면?

 

이를테면 순이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보여준 순수한 모습이라던가, 성인돌의 또 다른 일면인 다른 나이어린 멤버들 마음껏 놀라고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든가...

 

그러나 정작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를 주위에서 적극 활용하는 멤버가 없으니 나르샤는 성인돌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때에야 주위에서 호응 - 이라기보다는 편승함으로써 나르샤의 성인돌은 그 자체로만 강조되며 소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이제는 조금 지겹다. 또 성인돌인가 싶어서.

 

그것은 선화도 마찬가지. 선화의 백지캐릭터는 단정적으로 말해 이제 거의 한계다. 너무 노출시켰다. 너무 노골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식상해지려 하고 있다. 효민도 아직까지는 노출빈도가 적어 신선한 편이기는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갈지...

 

반면 캐릭터 없는 멤버들은 꽤 자유롭다. 대표적으로 어제의 구하라. 조금 무리수라 싶은 부분들이 없잖아 보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개구지고 활달한 모습이 활기차 보였다. 표정도 다양했고, 리액션도 풍부했고. 특히 예쁜 것으로 해달라 했을 때 엉덩이라 하니 보여준 표정이란. 그건 정면에서 잡았어야 했다.

 

써니야 캐릭터 없어서 오히려 더 이익을 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멤버일 테고. 캐릭터 없이 그때그때 보여주는 리액션들이 과연 왜 써니가 청춘불패에서 에이스인가를 보여준다. 가장 움직임의 폭이 넓고 그만큼 다양하게 적재적소에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현아는 어떨까. 어제의 현아는 이제까지의 현아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었다. 징징현아도 아니고 막내피디 현아도 아닌 그냥 현아였기 때문이었다. 컨셉 자체를 버리고 흐름에 자신을 맡긴 결과 노주현 - 김태우 팀에서 양념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고 있었다. 아, 현아는 이런 아이였구나...

 

문제는 뭐냐면 역시나 출연자들이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다. 어린데다가 연습생에 연예계 활동만 오래 하다 보니 - 또 서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보니 서로의 캐릭터를 어떻게 살리고 이용해야 하는가에 상당히 서툴다. 어떻게 서로의 캐릭터를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에 자기를 태우는가 그 감각을 모른다. 그렇다고 MC가 그런 것들을 해주느냐. 김태우도 그런 건 못한다.

 

그러나 캐릭터라 하면 멤버 자신이 연기하는 것이 전부가 되고, 주위에서 잘 호응을 해주지 않으니 혼자서 무리하며 오버하다가 소모되고 말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어쩌면 청춘불패에서 캐릭터란 불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캐릭터라는 것을 제대로 연기하고 살리기엔 아이돌이란 너무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던가. 차라리 자연스레 자기를 연기했다면...

 

그냥 구하라가 되고, 써니가 되고, 유리가 되고, 한선화가 되고, 나르샤가 되고, 효민이 되고, 그러면서 그런 가운데 조금씩 개성을 드러내며 자기로써 이야기를...

 

하긴 이게 기본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캐릭터란 원래 자기가 자신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관계 속에서 걸러지며 캐릭터가 되는 것이고. 그런데 자기가 알아서, 혹은 작가에 의해서 캐릭터가 정해지며 강제되고 있으니. 패밀리가 떴다2가 바로 그 짓 하다가 망했는데 말이다.

 

어제 김태우와 유리의 러브라인... 사실 그 자체로는 이제는 진부했다. 그러나 어제는 무척 재미있었다. 아니 그동안도 그랬다. 어떻게 재미있었는가. 김태우와 유리의 러브라인을 소재로 주위에서 열심히 끼어들어 이야기를 만드니까. 어제도 써니가 끼어들고 현아가 끼어들고 노주현이 끼어들고... 김태우가 유리의 손을 잡는 장면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노주현, 써니, 현아의 모습처럼. 그들의 대화처럼.

 

뭐 이제 와서 이러쿵 떠들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피디는 이미 방향을 정했고,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의 성격도 정해졌다. 무어라 말한다고 또 따라간다면 그게 오히려 웃기는 것이다. 그에 맞춰 보거나 아니면 보지 말거나 둘 중 하나일 뿐. 그에 대해 나는 걸그룹 얼굴 보는 재미로 본다 했었고.

 

어쨌거나 덕분에 요즘 드는 생각이 과연 아이돌 버라이어티라. 아이돌 수명이 과연 몇 년이나 가겠는가? 1박 2일이나 무한도전이나 멀게 보고 만드는 프로그램들이나. 남자의 자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연 그때까지 살아남을 걸그룹이란 몇이나 되겠는가. 과연 걸그룹의 인기가 사그라들고도 청춘불패는 계속 될 것인가?

 

즉 어찌되었거나 청춘불패란 한시적인 버라이어티라는 것이다.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처럼 몇 년을 두고 계속 할 것이 아니라 길어봐야 2년? 아마 1년 정도면 끝이 보일 것이다. 과연 그런 프로그램들처럼 이것저것 고민해가며 고려해가며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기왕에 인기 걸그룹 끌어모은 것 그 사이 그 인기와 이미지나 쪽쪽 바닥까지 뽑아서 단기적인 시청율만 높일 수 있다면...

 

이런 것을 두고 자유방임이라 자연스럽다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에 무책임한 거다. 출연자에 대한 배려 없이 그저 그들의 망가짐과 소모에만 의존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라니. 그러나 1년짜리 프로그램이라면 현명한 거라. 프로그램 끝나고 이미지가 어떻든 제작진이 알 게 무언가. 아이돌보다 어쩌면 더 오래 갈 김신영이 굳이 아이돌의 이미지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러나 그럼에도 이것이 청춘불패의 방향이고 그러자는 프로그램에 걸그룹 얼굴이나 보겠다는 것이든 뭐든 나 역시 동의한 뒤이므로. 그저 바라느니 더 이상 쓸데없이 캐릭터 만든다고 자신을 소모하는 멤버는 나오지 않기를. 써니와 현아, 유리, 구하라... 이 프로그램은 캐릭터 없는 쪽이 오래 가는 프로그램이다.

 

문득 오늘 새벽 써놓은 글을 찬찬히 읽고 있자니 이 부분이 눈에 띄길래 그래서. 이것은 그 첫머리 차라리 MC없이 G7이 MC가 되었으면 하는 부분과도 통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고 뭐고 없이 MC가 되어 게스트에 대한 자연스런 리액션으로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차라리 그게 낫지 않겠는가.

 

서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니 차라리 그런 쪽이 더 나을 수 있겠다. 그동안도 게스트 나오면 오히려 활기를 띄고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있었고. 그러면 정작 G7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하는 것도 별 문제가 안 되겠지. 오히려 그런 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테니까.

 

아무튼 워낙 의욕없이 대충 쓰느라 대충 넘어간 부분이 이제 와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아주 성가시다. 이런 건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는데. 이놈의 성격부터 어떻게 고치지 않으면 무리일 거다.

 

더 이상 청춘불패에 대해 쓰거나 하는 일이 없기를.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별로 자신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