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구하라와 청춘불패...

까칠부 2010. 4. 11. 17:00

불과 얼마전까지도 나는 구하라의 캐릭터에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든 캐릭터 잡아 프로그램 안에서 분량을 확보하라. 그래서 욕도 무척 들어먹었었는데. 잘 하는 아이 왜 그러느냐고.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입장이 바뀌었다. 그냥 지금 대로만 대충 하며 이미지관리하다가 연기든 뭐든 다른 길 찾으라. 굳이 캐릭터까지 가질 필요가 없다. 왜?

 

첫째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서다. 처음에는 참 출연자들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여러가지로 프로그램에 녹아드는 쪽이 이익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캐릭터를 갖게 되면서 소모되고 있는 다른 출연자들을 보게 되다 보니. 프로그램의 성격도 이제는 상당히 바뀌었고. 걸그룹다운 순수하고 착한 버라이어티에서 웃음에 급급한 그저 그런 버라이어티로. 이래서야 도움이 될 게 전혀 없다.

 

둘째는 어느 블로거의 글을 읽고서 깨달은 건데, 뭐라더라? 아이돌 인기가 얼마나 간다고 프로그램이며 MC며 아이돌 이미지까지 신경써줄까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러다 문득 생각이 미치고 말았다. 과연 청춘불패란 얼마나 가겠는가? 아이돌도 수명이 있는데 아이돌 수명이 끝나고서도 청춘불패는 계속 될까? 무엇보다 구하라의 최종 목표는 예능인이 아닌 연기자다. 과연 청춘불패 이후를 생각지 않고서 굳이 청춘불패에 자신의 이미지를 묻을 필요가 있겠는가.

 

써니도 사실 불안하다. 써니도 개그돌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병풍이 되어서도 곤란하고, 백지가 되면 더 곤란하고, 성인돌 이미지도 지금의 나이에는 맞지 않고, 징징은 너무 어려 보이지 않는가. 유리도 가끔 무리수를 두기는 하지만 굳이 캐릭터 찾겠다고 무리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장래를 대비하는 쪽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카라를 위해서도 지금에서 더 이미지가 희화화되어 소모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것이다. 철저히 청춘불패를 이용하며 그저 지금처럼 성실하고 소탈한 귀여운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장래를 위해서도 구하라에게는 좋다.

 

청춘불패가 사라져도 제작진과 MC는 남는다. 제작진은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이고, MC들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른 역할을 맡을 것이다. 그러면 G7은? 청춘불패가 그들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자신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적당히 케어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구하라의 모습은 꽤 괜찮다. 무리하지도 않고 쓸데없이 망가지지도 않고. 다만 역시 예능욕심이 있는지 무리수를 두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러나 구하라의 최종목표는 예능인이 아닌 연기자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괜히 청춘불패 컨셉 따라가 맞추다가는 이경규 말마따나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수 있다.

 

말하지만 청춘불패보다는 구하라 한 사람의 가치가 소중하다. 물론 구하라만은 아니더라도 선화나 나르샤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앞으로도 예능은 물론 무대를 통해서도, 혹은 연기는 물론 다른 활동을 통해서도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기에. 그런 가능성들에 비하면 청춘불패는 참 하잘 것 없는 것에 불과하다. 조금 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를 위해서. 더욱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인정한다. 지금 청춘불패는 분명 구하라를 알리고 구하라의 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 마디로 양날의 칼과도 같다. 청춘불패로 인해 얻은 호감의 이미지는 자칫 청춘불패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청춘불패는 그닥 출연자의 보호에 대해 관심을 두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제작진이며 MC며 모두 그에 대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욱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하여튼 나도 청춘불패에 대해 괜히 쓰며 욕먹는 것 싫다. 나도 생각없이 보고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없이 보려 해도 재미가 없으니까. 거슬리고 짜증나니까. 그나마 그동안에는 기대라는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조차도 없으니. 구하라에게 낚여서, 이제는 G7의 모습이 좋아서 이끌려 보고 있을 뿐. 그냥 아이돌 얼굴이나 보는 프로그램이라. 아이돌 이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지만. 쯥...

 

어쨌거나 구하라는 지금이 딱 좋다. 지금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나는 대신 움직임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더 많은 표정을 보여주고, 더 많은 애교를 보여주고, 더 열심히 하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예능인으로서 웃기려 하기보다 인간 구하라의 매력을 보여주는 거다.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구하라에게 도움이 된다. 어설픈 예능으로 자신을 희화화시키기보다는. 인생은 길고, 청춘불패 말고도 연예계 생활은 많이 남아 있다. 그것을 명심하고.

 

결국에 오해였다는 것인데... 내가 기대한 청춘불패와 제작진이 추구하던 청춘불패와. 이미 동의해 버린 바이므로 더 이상 말은 않겠다. 이제는 출연자 개개인이 소중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구하라. 청춘불패는 짧고, 연예계 생활은 길다. 새삼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나르샤도, 선화도, 써니도, 유리도, 현아도, 효민도, 선화는 이번 앨범 잘 되어서 굳이 청춘불패에 목 매지 않아도 되기를. 예능은 예능일 뿐. 어쩔 수 없는 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