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롤러코스터라는 의미...

까칠부 2010. 5. 3. 14:35

살면서 한 가지 확실히 느끼는 것은,

 

"정말 세상에 내 뜻대로 되든 것 하나도 없다!"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착각한다. 자기가 뭐라도 대단해서 그런 것인 줄 착각들 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결국 주위로 인해서라. 누군가로 인해서. 무언가로 인해서. 사람은 그렇게 주위에 빚을 지고 살아간다.

 

물론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전혀 무엇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깊은 구렁텅이더라. 많다. 아직 어려서. 아직 미숙해서. 아직 많이 부족해서.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깨닫게 된다.

 

"나는 아직 한참 모자른 존재였구나."

 

제로도 아니고 마이너스다. 그러나 그때부터도 정신을 차리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조금 더 힘들겠지만 다시 일어서 걷다 보면 어느 바람이 그를 실어 훨훨 높이 날려보낼 지 모른다.

 

롤러코스터란 아마 그런 의미일 것이다. 자기 잘못도 있기야 할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도 크게 몫을 했을 것이다. 롤러코스터에 오르는 것이야 자기 책임이니. 그러나 어느 순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아 오르고 추락할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성공해서도 그 성공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그래서다. 갑자기 손에 넣은 성공이다. 물론 노력도 했다. 최선도 다했다. 그래서 얻은 결과다. 그러나 성공이란 항상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과연 그 성공을 어떻게 맞아들일 것인가. 거기에서 자칫 실수하여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로 자기를 밀어넣는 경우를 적잖이 보았었다.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실패하고 나서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사람이란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자기 잘못이 아니기에 더욱 남을 원망하고 탓하며 자기의 불운만을 이야기하며 영원히 주저앉아 버리는 이들이 그리 많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삶이란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르려 해도 느닷없이 비가 내릴 수도 있고, 갑작스레 산사태로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잠시 쉬어가는 도중에 귀한 산삼도 두어뿌리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그렇다고 내 뜻대로 되는 것이란 없으니 이대로 주저앉을까? 이대로 주저앉아 오로지 내 뜻대로 되기만 바라고 있을까? 운이 7이고 실력이 3이라면, 내가 잘나서가 1이고 주위가 잘 받쳐주어서가 9라면, 그 나머지 7과 9를 믿고서 한 번 도전해 볼만 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 7이, 그 9가 따라올 리는 만무하니. 떨어지고 날아오르는 것이야 자기 뜻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용기란 자기 것이란 것이다.

 

고스톱을 쳤는데 열 판을 내리 잃었다. 그러면 슬금 한 번 정도는 이길 때가 된 것이다. 열 판을 내리 땄다. 그러면 한 번 쯤은 질 때도 된 것이다.

 

높이 올랐을 때는 내려갔을 때를 생각하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을 때는 다시 날아오를 것을 생각한다.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김태원이 그러고 보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다가오는대로 맞을 뿐이다."

"현실에 충실하며 다가오는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지혜란 길이 달라도 결국은 통하는 것일까.

 

롤러코스터에 올랐으면 롤러코스터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오르고 내리고 도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삶이란 롤러코스터와 같은 것이라. 돌이키고 나면 오르고 내리고 돌았던 그 모든 순간들이 한 바탕 꿈과도 같이 아련할 뿐이니. 지난 시간이란 그래서 또 항상 아름답다.

 

놀라지 말라. 당황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좌절하지 말라. 자만하지 말라. 지금은 올라가려는 중일 뿐이다. 지금은 내려가고 있을 뿐이다. 곧 내려갈 것이다. 곧 올라갈 것이다.

 

인생의 선배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그대로 몇 십 년을 먼저 살았던 이유로 자신의 경험을 그리 담담히 전하고 있었다. 어느새 입가에 맺혀 버린 관조하는 미소를 머금고. 슬픔과 아픔마저도 웃음으로 갈무리하며.

 

하긴 그러기가 과연 쉬운가. 쉽지 않으니 그리 말하기도 하는 것일게다. 쉽지 않기에 그렇게라도 자신을 다잡으라. 그렇게라도 준비를 해 두라. 클래스가 괜히 클래스가 아니다.

 

다시 보고 또 감동하고 또다시 김국진이라는 인간에 매료된다. 그의 이야기에. 그의 웃음에. 그의 귀여움에. 그리고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이 해맑은 눈빛에. 아, 이래서 김국진이구나.

 

어느 선비가 과거를 볼 때마다 낙방을 해서 어느날 옥황상제에게 따져물었단다. 왜 나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도 하는데 시험에서 자꾸 떨어지는가. 그러자 옥황상제는 운의 신과 실력의 신을 불러 술내기를 시키며 선비에게 이리 다짐을 시켰다.

 

"만일 실력의 신이 이긴다면 선비가 옳다 할 것이고, 운의 신이 이긴다면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이니 그만 포기하라."

 

아니나 다를까 운의 신이 일곱 잔을 마시는 사이 실력의 신은 고작 세 잔을 마시고 마는 것이라, 선비는 크게 낙담하여 돌아서고 말았다.

 

원래 세상이치란 그런 것이라. 그러나 그래도 실력의 신도 세 잔을 받아마시지 않았던가.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러나 그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하라. 그래서 운칠기삼이라, 운이 일곱이니 자포자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순리로서 받아들이되 술의 신이 마신 석 잔 술을 잊지는 마라.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그동안 기울여 온 노력에 대한, 그동안 들인 노력들에 대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을 믿으라. 자신을 가지라.

 

세상에 과연 내 뜻대로 되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과연 나로 인해 전적으로 비롯되는 것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럼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나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돌아간다. 그렇다고 나의 삶이란 의미가 없을까.

 

삶이란 생각 이상으로 길다. 때로 지겹다 느껴질 정도로 길기만 하다. 시간은 많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아직 젊기에 더욱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다. 주저앉아보기도, 좌절해 보기도, 절망에 보기도, 그리고 다시 일어나 보기도... 일어나 뛰기도 하고 날아보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도 타는 그 순간만큼은 무섭다. 볼 때는 그리 재미있어만 보인다. 타고 나서도 그 순간의 짜릿함이 흥분된다. 그러나 타는 순간만큼은 심장이 멎도록 무섭다. 그래서 비명도 질러대고 하는 것일테지? 돌이켜 나는 이렇게 즐겁게 살았노라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즐겁지 않을까?

 

현명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나도 덩달아 현명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삶이란 이렇고 재미있고 유쾌한 것이구나 하는 것도. 이경규가 말한대로,

 

"산을 오르는 것도 산을 내려가는 것도 등산이라."

 

아직 내게도 시간은 넘치도록 충분히 남아 있다. 실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아직까지는. 어쩌면 내게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한참을 더. 며칠을 이렇게 빠져 헤어나지 못하리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