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카라 팬들의 경우는 이해가 간다. 왜냐면 팬이니까. 팬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어디 가서 환영받고 대접받는다는데 좋아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음반이 몇 정 팔렸네, 오리콘 몇 위 했네, 어느 방송에 출연해서 어떤 반응을 얻었네...
그런데 그 밖의 사람들이다. 굳이 팬도 아닌 사람들. 팬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인 연예인이어서. 좋아서가 아니라 그곳이 하필 일본이어서. 한국 연예인이 일본 가서 인기를 끌고 환호를 받는다. 그 자체가 마치 일본에 이긴 듯한 - 하긴 그래서 일본정복이다.
나는 원래 문화예술이란 국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태생적인 한계는 있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음악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인이 만든 드라마는 일본인스럽기 쉽다. 하지만 그런 지역적인 개성이란 지구적인 보편성 안에서 유기적으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이어서가 아니라, 중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그 개인이 호감이어서.
그렇게 일본 만화를 본다. 일본 드라마를 본다. 미국 드라마를 본다. 홍콩 무협을 본다. 프랑스 영화를 본다. 국적이 아닌 그 자체를 보는 거다.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그게 문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스포츠 국가대항전도 아니고, 누가 누구를 이기네 마네, 누가 누구보다 우수하네 마네, 문화의 우열을 따지는 자체가 제국주위의 관습이다. 더 매력적일 순 있겠지. 더 보편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개별적인 음악의 우수함일 뿐 국가주의적인 어떤 만족과는 상관이 없다. 스포츠 경기 보듯 오늘 순위는 얼마고, 그것이 자랑스럽거나 혹은 부끄럽거나...
말했듯 팬이면 가능하다. 하긴 팬이면 그저 좋을 것이다. 성적이 안 좋으면 안타깝겠지. 아쉬울 테고. 더 잘했으면 좋겠고. 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고. 팬이니까. 하지만 팬도 아닌 사람들이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라면 일본인들이 그들의 작품과 개인에 대해 국적을 적용해 그것으로써 판단하려 든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에서 잘 나가고 있는 건 좋고 반가운데, 그러나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끼어들어 한 목소리씩 더하는 것이 꽤 성가시다. 그것도 지극히 편협한 국가주의적인 목소리들이. 대중문화란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에서도 반드시 국가주의가 크게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쿨해지면 어떨까? 다른 데 쿨해지는 게 아니다. 이런 곳에서 쿨해지는 거다. 한국 가수가 일본에서 몇 위를 하든. 그건 그들 자신의 일일 테니까. 내 일 아니지 않은가.
한국사회에 팽배한 국가주의를 경계한다. 더불어 인터넷상에 퍼져 있는 대중지상주의도. 이게 만나면... 굳이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더운 날씨만큼이나 불편하고 불쾌한 요즘이다.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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