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랬으면 어땠을까?
"일주일 뒤 이러이러한 일정이 있습니다. 준비하십시오."
아마 귀한 손님을 모시는 자리였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특별한 행사로서.
"새해를 맞아 이러이러하게 특별한 자리로서 즐겨보았으면 합니다."
원래 그렇다. 미술관 간다. 그냥 가는 경우 없다. 아무 사전지식 없이 어떻게 전시회를 찾고 공연장을 찾을까. 미리 이것저것 찾아보고 물어보고.
사실 그게 재미다. 그렇지 않은가? 영화를 한 편 보러 간다. 그 전에 배우가 누구이고 감독이 누구이고 원작자가 누구인가를 알아보겠지. 영화에 대한 다른 배경이야기라든가, 또는 그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론과.
드라마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하나 구해 읽으려 해도. 그리고 그 자체가 또 재미다. 헤드폰을 하나 사는게 결제만 누르면 끝나는 일이지만 그때까지 이러저러한 여러 제품들을 보고 비교하며 알아보고 고르는 것도 그 한 과정이듯 말이다.
프랑스 요리에 대해서도 조금씩 묻고 알아보고. 그리고 가서는 또 역시 물어보고. 아무래도 예능이라는 한계가 있으니까. 이걸 장기미션으로는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반발하는 게 그래서일 것이다. 무작정 화랑에 밀어넣고, 무작정 극장으로 등떠밀고, 일단 프렌치 레스토랑이 앉혀 놓고. 당장에 시청하는 사람도 당황하지. 도대체 어쩌라고?
하지만 그 준비과정을 보여준다면. 그러기까지의 과정들을 함께 보여주었다면. 연기자들이 준비하듯 시청자도 함께 준비하고. 성급했달까?
실제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이 발레를 보러 갔을 때, 중간의 휴식시간에 만난 어느 아주머니의 말에 그 답은 나와 있다. 연말이면 꼭 본다. 아마 자주 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날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자기에게 선물하는 의미로. 과연 아무 준비 없이 그저 극장을 찾아 공연만 보고 말았을까? 도시락을 준비하듯 그 시간을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일 년에 한 번 보는 공연이라면 일 년 내 이 공연 한 번을 기다리며 그 과정을 즐겼을지도.
예능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으리라. 그런 만큼 성급했고, 느닷없이 등떠밀려 프렌치 레스토랑에 들어선 멤버들 만큼이나 시청자들도 놀라고 당황했을 테고. 한 걸음 물러서 보니 이해가 조금은 가네.
미술이라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클래식도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점에 가면 책도 많고, 인터넷 시대에 찾아볼 수 있는 곳도 많다. mp3는 더 쉽게 그런 음악들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발레는 조금 품을 팔아야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보여주고 나면 역시 당황할 밖에. 생소한 것이다 보니.
아무튼 얼마나 예술과 문화란 보통의 사람들과 유리되어 있는가. 사는 게 팍팍하니까. 어서 돈 벌어 부자 되어야 하는데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공연이네 요리네. 마치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는 것 같으리라.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미션이었다. 사실 건진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여기 성격에 맞지 않으므로 다른 곳에다. 역시 대중문화는 대중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흥미롭다. 뒤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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