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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라인에서 친목질을 꺼려하는 이유...

까칠부 2011. 3. 5. 23:05

사실 관계란 족쇄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인정받고 싶어한다. 당연히 미움받기 싫고. 나라고 안 좋은 리플 달리고 하면 기분이 좋을까? 내가 특정 아이돌 동영상조차 찾아보려 돌아다니는 것을 꺼려하게 된 것이 무엇 때문인데? 한동안은 그에 대해 쓰려 하지 않았었고.

 

그러나 그렇다고 과연 듣기에 좋으라고만 글을 쓸 수 있는가? 만일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거짓으로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기만이다. 무엇보다 자기 이름을 걸고 글쓰기를 하는 입장에서 그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다.

 

모든 대화는 - 말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은 진실을 전제로 해서 이루어진다. 상대가 거짓말을 할 것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소통이란 없다. 상대가 기만할 것을 알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란 없다. 그것은 소통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기만이다.

 

사람들이 굳이 이 블로그까지 찾아와서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글을 잘 써서? 내가 남들보다 아는 게 많고 해박해서? 그런 이유라면 굳이 여기까지 찾아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유가 있다면 단지 까칠부라는 사람이 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겠지. 아니면 뭣하러 여기까지 찾아올까? 그런데 단지 미움받기 싫다는 이유로 그들에 좋은 이야기를 짐짓 꾸며 해 보라. 그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차라리 비난을 듣더라도 솔직한 것이 좋은 이유다. 어디 가지도 못하게 욕을 듣더라도 솔직한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나 읽는 사람들을 위해서나 최선의 배려이며 존중인 것이다. 최소한 욕은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알 것이 아닌가. 아니 원래 이런 사람이라며 굳이 맞지도 않는 블로그 찾아오는 수고를 덜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욕먹는 것도 의미가 있다. 비난을 듣고 조롱을 듣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항상 맞을 필요가 있는가. 때로 틀리기도 하고 잘못도 저지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쓰고 사람들은 그것을 읽는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단서 하나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판단하여 결정한다. 역시 이 경우도 전제되는 것은 솔직함.

 

그러나 그게 쉬운가면 당장 달리는 리플 하나도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방문자수 뚝 떨어지면 그것 가지고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하물며 그 리플이 아는 아이디라면. 익히 아는 아이디이고 친분도 있다면. 그렇다면 더욱 솔직해지기 힘들겠지. 거짓말을 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검열하여 감추거나. 그럴 거면 블로그를 뭣하러 운영할까? 어디 친목하는 커뮤니티 가서 서로 좋은 이야기나 나누면 그 뿐.

 

그래서다. 한 마디로 내가 약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친분까지 쌓고서 그것을 외면할 자신이 없다. 내가 어디 가면서 굳이 이전의 관계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익숙한 아이디로부터 나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들리는 것이 그렇게 감당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거짓말은 할 수 없고.

 

그래서 철저히 외면하고 단절.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괜히 주인장이랍시고 리플접대하는 것보다야 보다 얼마나 솔직한 글을 정직하게 쓰는가가 더 가치가 있을 테니까. 친절하고 사근사근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주인장과 무뚝뚝하고 싸가지없지만 솔직한 주인장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아무튼 글쟁이에게 욕먹는 건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욕 안 먹는 글쟁이는 둘 중 하나다. 세상에 둘도 없는 천재이거나, 아니면 사기꾼이거나. 입장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부대끼고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거짓말장이나 될 뿐. 그건 내가 무척 싫어하는 것이거든.

 

나는 단지 쓰고, 사람들은 단지 와서 읽고, 나는 단지 쓰고, 그리고 사람들은 단지 싫어하고 욕을 하고. 우연찮게 듣게 되는 욕이라는 게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는 터라. 그렇다고 욕먹기 싫어 말을 꾸미지는 못하겠다. 조금 더 강했으면 이런 고민도 필요 없을 테지만. 이것도 내가 안고 가야 할 굴레라.

 

어쨌거나 요즘 참 문제가 그거다. 외부매체에 글을 쓰려는데 내 이름 말고 다른 것까지 걸려니 이게 영 쓰기가 쉽지 않다. 블로그와는 다르다. 블로그는 그저 생각나는대로 솔직하게만 쓰면 되었는데.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괜한 짓을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든 생각이다. 피곤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