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나면 잠시 멍해진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그래서 힘껏 자기 뺨을 때려본다. 허벅지를 꼬집어보기도 한다. 아픔이야 말로 자신이 현실에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방 보증금까지 빼서 언니에게 보내고 엄마가 일하는 회장님집에 얹혀살아야 한다.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한바탕 꿈이었다. 잠시 잠이 들었더니 긴 꿈을 꾸었다. 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날은 따갑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답답하고 우울한 자신의 현실로. 다시 둘이 된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꾸어서는 안되는 꿈이었다. 꿈을 꾼 자체가 죄가 된다. 차가운 현실이 차은상(박신혜 분)을 맞는다. 앞으로 그녀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어학연수를 떠났던 윤찬영이 이제 곧 돌아올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김탄과의 추억이 담긴 티셔츠를 엄마 박희남(김미경 분)이 꺼내 입고 있었다. 마치 네 주제를 알라는 것 같다.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대신 SNS를 남기고 있었다. 그것은 김탄(이민호 분)에게도 꿈이었다. 사랑하는 꿈. 사랑받는 꿈. 자신이 갖지 못한 모든 것들을 그곳에서는 꿈꿀 수 있었다. 어머니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은 이유였다. 현실과 만나는 순간 꿈은 깨어진다. 형과 만났다. 그리고 약혼녀 유라헬(김지원 분)과도 만났다. 유라헬은 더 이상 멋지지도 당당하지도 않다. 현실의 여자가 되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김탄은 결심한다. 비로소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생겼다.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다.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현실을 대비하는 수단이 참으로 절묘하다.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연 문은 서로를 향해 이어져 있지 않았다. 서로 사는 세계가 다르다. 바로 옆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보지 못한다. 바로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그들은 서로를 어렴풋이 인식할 뿐이다. 그래서 유리구두가 필요하다. 꿈속의 기억이 김탄을 이끈다. 가위처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그들이 다시 만난다. 아니 정확히 차은상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김탄이 먼저 그녀를 찾아냈다.
다시 차은상은 꿈을 꾼다. 회장님 가족의 불화로 불똥이 튀어 잠든 채 거리를 걷고 있다. 그곳은 꿈이었다. 감히 꿀 수조차 없는 꿈.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난다. 조명수(박형식 분)와 스치고 최영도(김우빈 분)과 만난다. 꿈에서 만난 그들도 꿈을 꾸고 있었다. 현실은 가혹한데 꿈은 너무 관대하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꿈속에서 당연하게 일어난다. 깨어나니 현실이 된다. 작위적인 만남이 그렇게 운명이 되어간다. 차은상에게 그것은 행일까? 불행일까?
차은상의 꿈이다. 김탄의 꿈이다. 차은상의 현실이며 김탄의 현실이다. 꿈에서 만났고 현실에서 다시 만난다. 바라지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엄마가 꺼내 입은 티셔츠를 보며 꿈을 꿈으로 흘려보내려 했었다. 현실에서 꿈을 만난다. 현실이 꿈이었다. 하필 그 집이 제국그룹 회장의 집이었다. 가장 지독한 현실이며 가장 화려한 꿈이다. 엄마를 대신해 지하로 내려간 사이 김탄은 자신에 대한 단서를 찾아낸다. 역시 꿈결처럼 바라지도 않는데 이루어진다.
어쩌면 김원(최진혁 분) 자신 또한 무척이나 필사적인지도 모르겠다. 친어머니가 그렇게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바로 새로운 아내를 맞아들이고 그것도 부족해서 외도로 자식까지 낳았다. 세상 모두가 인정해도 자신은 인정해서는 안된다. 의도적으로 의식한 듯한 김원의 무표정이나 신경질적인 모습들은 나름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김원에게도 감춰진 사연이 있다. 김원의 전화를 끊는 미모의 여교사가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다시 만나게 된다. 꿈에서 만난 그들이 꿈에서 깨어 다시 현실에서 만나게 된다. 신데렐라는 자신도 모르는 유리구두를 남겼다. 왕자는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즐겁지만도 않다. 교복이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새로운 꿈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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