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720

문득 웹소설을 통해 느끼게 되는 일본사회에 대한 부러움

한국 장르소설에서 주인공이 착한 일 하다가 죽는다? 대부분 후회하거나 원망한다. 자기가 남을 위해 희생한 것을 후회하고, 자신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을 원망한다. 그래서 대부분 회귀나 전생은 그런 후회와 원망을 전제로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장르소설들에서 주인공들의 행동은 거의 일관되게 사이다를 추구하게 된다. 괜히 남을 돕겠다고 나섰다가 어려움을 자초하는 고구마보다는 바로 어제까지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동료직원들이 죽어나가는데도 가까운 몇 명 만 외면하고 도망쳐서 살아남는 그런 사이다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죽어나간다는데 내게 이익이 없으니까 그냥 나는 다른 일이나 하겠다는 사이다다. 눈 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어차피 내 일이 더 급하니 상관하지 않는 ..

문화사회 2024.12.25

반PC의 이유? 미국과 한국의 PC와 반PC의 차이

뭐가 문제인지 알았다. 왜 이렇게 PC, PC거리며 난리들인 것인가? 왜 반PC를 부르짖으며 오만데다 PC를 갖다붙이는가? 유튜브에 달린 어느 댓글에 답이 있었던 것이었다. "개발자를 뽑지 않고 정치선동가를 뽑는다."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이미 미국사회에서는 한국과 달리 여성이나 유색인종, 혹은 소수성애는 더이상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미국의 주류 평범한 일반인들은 그런 것을 하나의 상식으로써 공유한다. 더이상 성별과 피부색, 그리고 성적지향, 혹은 외모로 차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도 기꺼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속마음이야 어쨌든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은 그에 맞춰 이미 공감대가 이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PC라는 것은 그 이후, 그 다음에 ..

문화사회 2024.12.15

내가 배운 정의, 그리고 반PC에 대한 당혹감

떠올려보면 아주 어렸을 적 나는 정의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 하필 군사독재 끝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의를 외치는 사람은 자신은 물론 주위까지 고통받게 만들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학교에서도 입바른 소리를 하는 놈이 있으면 장래를 위해서라도 매를 때려서 억눌렀다. 남들 하는대로 살아라. 남들 가는 길만 가라. 괜히 남들과 다른 소리는 하지 말아라. 그런데도 용케도 요즘 세대들이 싫어하는 PC에 물들게 되었다. 보다 옳고 보다 바르고 보다 정의롭고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가치에 눈뜨게 되었다. 어째서? 일본에서도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학생운동이 한창 뜨겁게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적군파가 항공기를 납치하고 남의 내전에 뛰어드는 등 그 정..

문화사회 2024.12.08

뉴진스의 계약해지소송, 연예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는?

연예기획사에서 소속연예인을 아주 확실하게 망하게 하려 작정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러니까 소속 연예인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예상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행동들을 연예인들은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있을까? 별 것 없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면 된다. 이전에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었다. 다른 회사로 가면 안되니까 일단 잡아놓고서 더이상 자기들 마음대로 휘둘릴 것 같지 않으니 그냥 아무것도 안 해 버린다. 가수의 경우에는 앨범도 안 내주고 행사도 대충 잡아 버린다. 예전에는 진짜 아예 행사도 안잡아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했다가는 법에 걸리니까 일단 시늉을 해 준다. 앨범도 만들어주겠다고 곡을 받아왔는데 죄다 쓰레기면 당사자가 거부한 것이다. 배우의 경우는 배역이 그 ..

문화사회 2024.11.29

고기 육肉과 나물 채菜, 같은 한자 다른 의미의 이유

같은 한자라도 쓰이는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기 육肉과 나물 채菜 역시 그런 한자들 가운데 하나다. 중국에서 고기는 곧 돼지고기를 의미한다. 중국의 요리 이름에 고기 육肉이 들어가 있으면 다른 설명이 없어도 그냥 돼지고기 요리라 여기면 된다. 청초육사에서 육도 돼지고기를 가리키고, 동파육에서 육도 돼지고기를 가리킨다. 탕수육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른 고기를 쓸 경우에는 우육면처럼 그 고기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르다. 한국에서 고기란 곧 쇠고기를 가리켰다. 불고기가 쇠고기 요리인 이유인 것이다. 굳이 소불고기라 하지 않고 불고기라 부르면서 돼지고기로 굽는 요리를 따로 돼지불고기라 부르는 이유다. 북한에서 말하는 이밥에 고기국도 쌀밥..

문화사회 2022.09.12

거지왕과 양아치, 김춘삼 무용담에 대한 생각

아무래도 알콜성 치매가 온 모양이다. 글을 쓰려 창을 열어놓고는 매번 뭘 쓰려 했는지 까먹는다. 흔히 아는 양아치란 말이 있다. 원래 어원은 동냥아치였다. 밥 빌어먹는 거지새끼들 - 즉 동냥아치 새끼들이 그리 더럽고 염치없고 치사하다. 그래서 그나마 어느 정도 자기들만의 질서를 고수하던 건달들은 그들을 따로 일컬어 동냥아치, 양아치라 불렀다. 지금도 양아치의 뜻은 다르지 않다. 기존의 룰을 우습게 여기고 자기들 멋대로 허튼 짓거리를 저지른다. 그게 바로 거지왕 김춘삼이다. 거지패를 이끄는 우두머리란 그런 의미였다. 일정한 영역을 가지고 때로 협력하고 때로 경쟁하는 건달들이랑 달랐다. 그저 하루 밥 한 끼를 위해 사람을 패고, 혹은 죽이고, 혹은 납치해서 강간했다. 김춘삼의 결혼과 관련한 회고를 보면 딱 ..

문화사회 2022.08.22

유희열 표절의혹과 창작에 대한 대중의 수준, 냉소적인 이유

몇 년 전이다. 임재범이 '고해'를 자기가 만들었다 했더니 한 작곡가가 지랄한 적이 있었다. 전체적인 곡을 완성한 것은 자신이다. 그러므로 '고해'를 작곡한 것은 자신이다. 거기에 부화뇌동한 떨거지들이 적지 않았다. 나중에 듣고 얼마나 어이없었던가. 모든 창작자들이 바라는 것은 몇 마디 안되는 그 주제에 있다. 많은 창작인들이 장착의 고통에 자신의 영혼마저 끊어내는 고통에 시달리는 이유일 것이다. 주제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그를 변주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술가든 소설가든 영화감독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짧고 굵고 핵심적인 단 하나다. 그를 위해 많은 창작인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뇌하고 자신을 학대한다. 어느 누구도 보여줄 수 없는 자신만의 그것을 위해 자기..

문화사회 2022.07.11

소드 아트 온라인 2기 - 유우키와 브라만과 장자의 꿈, 버추얼 머신의 미래

영화 '매트릭스'에 대해 브라만의 꿈이라 떠들다가 비웃음을 샀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장자의 호접지몽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분명 브라만의 꿈에 가까웠었다. 현실이란 실재인가, 아니면 단지 의식이 만들어낸 허구인가. 그렇다면 의식이 실재하는 한 허구도 실제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 2기의 후반부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었기에 나 역시 걱정이 앞서 보기를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말로 버추얼머신의 새로운 가능성이 아니던가. 꿈을 실제처럼 보여 줄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을 속여 허구의 세계를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허구의 세계에서 그들은 실제가 된다. 이미 그러고 있다. 오히려 현실에서보다 허구의 세계에서 더 실..

문화사회 2021.07.11

전근대 영웅들이 술을 즐겨 마신 이유

술먹을 때 안주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덕에 술먹기 전에는 더 많은 안주를 즐기기 위해 금식을 하는 편이다. 대부분 술안주들이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칼로리로 인한 제약에서 보다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칼로리 섭취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손발이 떨릴 정도로 굶주림을 견디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째서 전근대의 영웅호걸들은, 그리고 병사들은 그토록 술을 좋아하며 즐겼는가. 고작 제육볶음이다. 명태무침이 포함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인당 막걸리 두 병 씩 해 치우고 공복감에 떨리던 손발이 안정을 찾고 심지어 상당한 힘까지 느껴지기 시작한다. 전근대에는 하루 두 끼가 오히려 상식이었었다. 고작해야 빵 반 덩이로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상당했었다. 성인 남성의 하루 임금이 빵 한 덩이 정도..

문화사회 2021.05.23

조선전기 오위진과 탱커의 위력

사실 롤플레잉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파티플레이란 전근대 사회에서 상식 중의 상식에 속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에서도 대표적으로 척계광의 원앙진이 있었고, 그 전에는 조선 전기 오위진이란 것이 있었다. 원앙진은 아다시피 낭선이 적을 견제하고 당파가 적을 막고 창수와 도부수가 적을 공격하는 구조였었다. 조선 전기의 오위진법에서도 전위를 방패를 든 팽배수가 맡고 그 뒤에 총통을 든 총통수, 장창을 장창수, 자루가 달린 대도를 든 도검수, 그리고 마지막 줄에 활을 든 궁사가 조를 이루어 적을 상대하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서 상식과 다른 점은 팽배수가 다른 부대원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후위의 부대원들이 팽배수를 지원하는 구조란 것이다. 당연하다. 팽배수가 무너지면 어떤 방어수단 없이 후위의 전투원들이 적의 공..

문화사회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