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821

오늘부터 우리는!(2018) - 어쩌면 그리운 80년대의 감성

내가 일본의 만화 실사화에 관심을 끊은지가 꽤 되었다. 유치하다. 한심하다. 민망하다. 부끄럽다. 안타깝다. 안쓰럽다. 불쌍하다. 대충 그런 감정들이 보는 내내 내 안에서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이런 건 볼 게 못 된다. 일본드라마를 보지 않은지도 벌써 몇 년 째, '오늘부터 우리는'의 실사드라마가 만들어진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주연배우들도 거의 이름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야마시타 토모히사나 나가사와 마사미, 호리키타 마키인 때문이다. 지금은 아마 정상적이라면 중견연기자가 되어 있겠지만 과연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넷플릭스에서 추천컨텐츠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런 드라마가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결론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 그러고보니 1980년대 말부터 연재된 만화인 것이다. ..

드라마 2021.11.06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약자들끼리 싸우는 적나라한 현실의 고발

사실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이나 그 주제의식은 본질적으로 같다. 과연 지금 당신이 불우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싸우고 있는 대상은 누구인가? 그런 불우한 현실을 만든 당사자들인가, 아니면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의 또다른 약자들인가. 그리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야 말로 김기택이고 성기훈이란 사실을. 아니 어쩌면 자신은 국문광일수도, 조상우일수도 있다. 박사장네 집에서, 그리고 오일남과 세계의 거부들이 만든 무대 위에서 서로를 밟고 올라서기 위해 발버둥치는 군상들인 것이다. 원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만든 것은 자본가들과 그들과 결탁한 정치가들이었다. 더 싼 값에 일자리가 급한 사람들을 고용해서 쓰면서 아무때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만들고 그것을 일상화하게 ..

드라마 2021.10.09

오징어게임 - 아이의 놀이와 어른의 게임, 게임의 의미

문득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어릴 적 놀이에서 이기든 지든 바로 다음 게임에서 모든 것은 초기화되었다. 그냥 한 번의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정도였다. 그래서 더욱 다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는 했었다. 졌으면 다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이겼다면 다음 게임에서 다시 이기기 위해서. 그러나 게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조정이 필요했다. 어느 한 사람, 혹은 어느 한 쪽 만 계속 이겨서는 게임이 성립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게임의 사이사이 게임의 룰에 대한 재조정이 이루어졌다. 팀의 구성을 바꾸거나, 아니면 게임의 룰에 조정을 하거나.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의 게임에는 그런 타협이나 조정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권한 자체가 대부분 게임 참가자들에게주어지지 않았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다...

드라마 2021.10.03

오징어게임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실제 규칙

원래 게임은 진행될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당연하다. 처음 난이도 그대로라면 나중 가면 지루해진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등장하는 적도 강해지고, 맞닥뜨리는 퍼즐 역시 복잡하고 정교해진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마찬가지다. 물론 어렸을 적 즐기던 대부분 놀이들은 동네마다 규칙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를 전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즐기던 모든 동네에서 아이들이 따르던 규칙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최소한 우리 동네에서는 술레에게 걸린 아이는 술레 근처에서 다방구처럼 서로 손을 잡고 길게 늘어서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늘어선 아이들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터치하는 순간 모든 아이들은 해방된다. 다시 말해 술레 입장에서는 더 많은 아이들을 잡아 놓을수록 다른 아이들..

드라마 2021.10.02

'오징어게임' 표절논란에 대해

디스코라는 장르를 특정하는 기준은 다른 것 없다. 그냥 아무 음악이나 갖다가 특유의 베이스라인을 얹어 주면 된다. 사실 그런 단순성 때문에 디스코를 폄하하는 시각이 생겨나기도 했었고, 그로 인해 디스코 폭파의 밤이라는 초유의 문화말살이 시행되기도 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비슷한 스타일이니 디스코는 다 표절인가. 김현철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었다. 바로 본질을 꿰뚫는 한 마디였다. 태초에 여러 음악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비슷한 것들을 모아 장르라 부르는 것이다. 그것을 클리셰 이전에 장르적 유사성, 혹은 동질성이라 부른다. 이를테면 판타지소설에서 마법사가 쓰는 파이어볼 같은 것이다. 판타지소설에서 마법사가 파이어볼 쓴다고 다 표절일 것인가. 악인들의 공동전인이 등장한다고 모두가 절대쌍교의 표절인 것은 아니..

드라마 2021.09.29

천성장가 - 국사무쌍

게임 삼국지6에서 신무장을 100명 째 만들면 모든 능력치를 100으로 만들 수 있는 국사무쌍이 나오게 된다. 원래 소하가 한신을 한고조에게 추천하며 했던 말이었다. "나라 안에 감히 이와 견줄 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국사무쌍이다. 나라의 인재 가운데 이와 견줄 이가 없으니 국사무쌍이다. 그만큼 뛰어난 인재란 뜻이다. 탁월한 인재란 뜻이다. 다만 전술적인 면에서 한신이 과연 항우와 견줄 수 있는가는 의문점이 없지 않다. 해하 싸움에서도 항우는 소수 병력으로 한군을 몰아세운 바 있었다. 그럼에도 감히 천하에서 한신과 견줄만한 인재란 더이상 없다. 죽간과 전서가 배경이 남북조시대임을 짐작케 한다. 후기에 이르면 왕희지 이래로 해서가 주류를 이루니 동진이 망한 이후 명멸한 수많은 왕조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드라마 2021.09.22

오징어게임 - 익숙함과 평이함, 넷플릭스의 가치

아마 노인 오일남은 진짜 가난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은 사람과 돈이 너무 없는 사람의 공통점이 무얼까? 돈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너무 돈이 많아서,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을 가져 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돈의 가치에 대해 무감각하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쉽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돈에 대해 무감각하다 보니 돈을 어떻게 모으고 불려야 하는가 하는 최소한의 감각조차 없다. 바로 내가 그렇다. 성기훈이 456억이라는 상금을 받고서도 1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았던 이유였다. 어차피 그 돈 없어도 사는데는 지장없다. 조금만 더 비참해지면 그깟 돈따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러면서 한 번 쓰기 시작하니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여기저..

드라마 2021.09.19

중국 역사드라마의 한계 - 대의와 명분에 대한 고찰

대의와 명분은 흔히 같이 쓰이지만 서로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백성을 편안케 해야 한다. 대의다. 그러면 그를 위해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대부가 왕을 넘봐서는 안되고, 백성이 대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부모가 자식에게 효도할 수도 없고, 남의 아내를 내 아내처럼 아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것이 명분이다.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그러니까 왕이 되어 무엇을 대의로 삼으려는가. 나라와 백성을 위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다스리려 하는가? 그를 위해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어떤 구체적인 방편을 찾으려 하는가? 그런 가치의 충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시기가 바로 우리 역사에서 여말선초였을 것이다. ..

드라마 2021.09.09

D.P - 내가 유명인의 군대문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유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 연예인의 병역문제로 말들이 나왔을 때 그리 말한 적이 있었다. 굳이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그럴만한 사유가 있어 그를 이용해서 병역을 회피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겠다. 이유는 간단했다. 군대란 예나 지금이나 아주 지랄같고 좆같은 곳이니까. 군대가 존재하는 한 어디서나 이른바 똥군기란 존재해 왔었다. 단지 시대와 사회와 문화와 가치의 차이에 따라 그 정도와 형태를 달리해 왔을 뿐이었다. 사람이 셋만 모이면 그 안에서 위계가 생겨나고, 위계가 생겨나면 그를 과시할 대상을 찾게 된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떠벌이는 미국에서는 똥군기가 없었을까? 괜히 베트남전쟁 당시 병사들이 하극상을 일삼았던 게 아니었다. 불과 1990년에도 병영내 부조리를 ..

드라마 2021.09.07

절대쌍교 2020 - 강소어와 비육지탄...

내가 늙기는 했다. 어렸을 적에는 소어아같은 악동같은 주인공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화무결같은 청명하고 의기로운 인물이 좋다. 워낙 어렸을 적에는 세상에 불만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제멋대로 행동하며 무림의 강자들을 말과 꾀로 골려주는 소어아가 좋았다. 그러나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세상에 불만이 많아진 이유가 무엇인지. 이를테면 삼국지에서 유비와 조조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분명 조조는 파천황의 인물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고, 그 능력으로 후한말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첨병에 서 있었다. 다만 그래서 조조가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열고자 했던 새로운 시대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얼핏 유비는 구질서를 쫓는 고루한 인물로, 조조는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혁명적인 인..

드라마 2021.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