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821

지금 우리 학교는 - 절망, 2030이 차라리 전쟁을 바라는 이유

북한 핵문제에 대한 내 해결방법은 오래전부터 하나였다. 평화 아니면 전쟁. 과연 그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어떤 사람은 말한다. 전쟁나면 너는 무사하겠는가? 그러면 전쟁나서 내가 더 나빠질 건 무얼까? 어차피 현실은 내게 그리 녹록치 않다. 대선을 앞두고 한 후보가 전쟁을 공약했다. 북한을 선제타격하겠다. 당연히 선제타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발적으로라도 확전의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가장 먼저 전장으로 끌려갈 20대는 그런 후보를 지지하는가? 차라리 전쟁이라도 일어나서 세상이 뒤집어지면 다른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는가. 19세기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세기 처음으로 전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오히려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입대를 자원한 이유도 비슷했었다. 전쟁은 기..

드라마 2022.02.01

지금 우리 학교는 - 여성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묘사와 여성주의

어째서 여성주의자들은 이런 드라마에 대해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가난을 극복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난에 치여 절망에 짓눌리다가 남성을 만나 구원을 받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며서 이런 드라마는 그저 무심하게 지나간다.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여성은 배려되어야 하는 존재다. 여성은 감정의 존재다. 감정에 지배받는 타율적 존재다. 오로지 남성만이 이성적이고 능동적이다. 그러므로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 가난한 여성은 없다. 가난한 것은 여성이 아니다. 당연히 노동하는 이들도 여성이 아니다. 한국 여성주의의 한계다. 한국의 여성주의는 가난하고 힘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김학의의 무죄에 반발하는 여성주의자가 없는 이유다. 김학의를 수사했다고 오히려 기소..

드라마 2022.01.30

그 해 우리는 - 국연수의 이유, 가난이라는 부자유의 원리

국민학교 아마 3학년 때였을 것이다. 아니 2학년 때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처음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내 도시락 반찬이 무말랭이, 그것도 뭘 담았는지 모를 유리병에 담아 싸간 것이었다. 아이들이 웃더라. 다들 햄이며 소시지며 계란이며 참 맛난 것들도 싸가지고 왔는데. 당시 내 체육복이 나일론제였었다. 아마 그게 뭔 의미인가 아예 이해 자체가 안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나일론은 질긴 대신 열에 약하다. 엄마가 빨래한다면서 체육복을 같이 넣고 삶는 바람에 아예 쭈글쭈글 주름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그것 입고 무려 1년 넘게 학교에 다녔었다. 나중에는 그렇지 않아도 쭈글쭈글한 체육복이 손발 다 드러나고 그런 꼴불견이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같은 반 친구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

드라마 2022.01.09

현대미술과 설강화의 이유 - 대중예술이 대중과 유리되는 이유

원래 예술이란 비효율적인 것이다. 효율적이면 예술이라 할 수 없다. 대량생산되는 피카소를 생각해 보라. 공장에서 거의 무한으로 찍어내는 로뎅을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르누아르는 단 한 사람 뿐이기 때문이 르누아르인 것이다. 세잔 역시 역사상 오로지 그 한 사람 뿐이기에 세잔일 수 있는 것이다. 당대에 유명했어도 결국 여럿 가운데 하나라면 이름도 기억되지 못한다. 문제는 그런 예술을 과연 필요한 만큼 생산에서 값싸게 팔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가들은 현대미술이란 것을 생각해냈다. 아주 오래전에는 실제와 똑같이 모사하는 것만으로도 그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실제 사람과 똑같이 그리고, 실제 동물과 똑같이 조각하면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자신의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부도 축적..

드라마 2022.01.02

고요의 바다 - 격세지감, 넷플릭스를 예찬하며

아마 80년대 말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대중문화 관계자들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어째서 SF에 투자하지 않는가. 대답은 두 가지였다. 아니 사실상 하나였다. 돈이 안된다. 한국사람은 허무맹랑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시장에서 SF가 크게 흥행하는 경우란 매우 드물었다. 한국시장에서 SF는 거의 비디오시장에서나 마니아들 위주로 소비되고 있을 뿐 몇몇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과연 그렇게 리얼리스트라서 SF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면 아바타는 뭐고, 스타워즈는 뭐고, 인터스텔라는 뭐였을까? 아마 역시 SF가 한국시장에서 홀대받은 이유 가운데 첫번째는 어느 개자식이 번역했는지 모를 공상과학이라는 요..

드라마 2021.12.27

설강화 - 윤석열의 자백과 제작의 의도

윤석열이 인증했네. 설강화란 드라마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사실 군사독재 후신들에게 오랜 숙원이었다. 어떻게든 민주화의 역사를 지워야 한다. 민주화의 당위성을 부정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자신들의 권력이 더욱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 오랜 노력의 결과가 작년과 올해 정의당과 한겨레가 내놓은 민주화세대에 대한 부정과 단절선언이었던 것이다. 민주화진영의 중요한 한 축이던 자칭 진보가 민주화를 부정하게 되었다. 민주화세대와의 단절을 선언하게 되었다. 민주화운동의 결과 잘못된 민주주의가 들어섰고, 민주화세대는 또 하나의 기득권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성과 위에 자신감을 가지고 저들은 또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대중문화를 통해 민주화의 역사를 오염시킨다. 그래서 진짜 간첩을 잡는 안기부 드라마..

드라마 2021.12.23

설상화 - 성시경의 '팩트'와 정체성 고백

몇 년 전부터 '팩트'란 단어를 말끝마다 붙여 쓰던 어떤 놈들이 있었다. 일부의 특정한 사실을 가지고 전체의 진실을 정의할 수 있는 근거라고 내세우며 달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 놈들이 주장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빨갱이들의 난동, 혹은 간첩이 주도한 폭동이라는 것이었다. 민주화운동의 배후에 분명 북한의 지령과 간첩의 개입이 있었다. 성시경이 말한다. 미운 건 '팩트'랑 관련없구나. 사실이 아닌데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될 리 없지 않은가. 무슨 뜻이겠는가. 80년대 이른바 대학가 운동권에 간첩이 침투해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란 것이다. 그리고 그 간첩이 야당의 정치인과 접촉하려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안기부도 그런 간첩들을 잡기 위해 오로지 애국심만으로 불순분..

드라마 2021.12.22

설강화 -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모욕하고 싶은 이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80년대 대학교 다녔으면 다 운동권이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민주화운동하는 학생들을 빨갱이라 욕하며 비웃던 같은 대학생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 민주화운동하느라 별 하나 씩은 달았을 동기보다 더 잘나가고 있다. 아마 거의 대부분 언론사 윗대가리들이 그런 부류들이었을 것이다. 진중권이나 조국 같은 놈들도 당시 데모현장에는 얼굴을 비치지 않던 부류들에 속했다. 90년대는 더 그랬다. 운동권 싫다고 서서히 총학에서 운동권의 색을 빼던 것이 바로 그 무렵이었다. 성시경이 아마 그때 대학 다녔었겠지? 운동권의 방식이 싫다. 운동권이 하는 주장들이 싫다. 그냥 운동권 자체가 싫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감을 구체화한 첫세대였을 것이다. 당시 PC통신 등에서 지금 일베의..

드라마 2021.12.19

지옥 - 진정한 '부산행'의 후속편? 누가 지옥을 만드는가?

어쩌면 '지옥'이야 말로 연상호 감독이 생각한 '부산행'의 진정한 후속편이 아닐까. 보는 순간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그만큼 비상하게 '지옥'은 오히려 '반도'보다 더 '부산행'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지금도 때때로 아주 어렸을 적 꾸었던 꿈을 떠올린다. 아마 주말에 방영하는 외화시간에 보았던 공포영화나 아니면 친구들 사이에서 돌려보던 괴담책의 내용에 영향을 받아 그런 꿈을 꾸게 되었을 것이다. 흡혈귀가 있었고 당연하게 사람들이 그 흡혈귀에 물려 흡혈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동네 친구도, 아저씨 아줌마들도 심지어 엄마와 아빠와 동생들마저 어느새 흡혈귀가 되어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검은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던 동네 좁은 골목길이 야구장으로 바뀌고 나는 흡혈귀로 돌변한 가족, 친구, 동네 사람들에 쫓겨..

드라마 2021.12.04

오늘부터 우리는(2018) - 한승태가 나랑 동갑이었어??????

한승태랑 나랑 동갑이었어? '오늘부터 우리는'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 1988년, 그리고 그때 한승태 고1 - 미츠하시 좆까! 한승태! 내가 고1때 정부 시책으로 비인가종목 관람을 가야 했었다. 우리 학교는 사이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하고 관객 적어서 화면 안 나올까봐 중고등딩들 동원해서 관객석을 채웠었는데 하필 우리학교가 당첨된 것이 사이클 경기장이었다. 즉 나는 고1. 전해 구로구청 사태를 중3때 실시간으로 경험했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어도 서로 사는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서가 이렇게나 다르구나. 벌써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들끓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화장실 낙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

드라마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