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90

전통소주에 대한 몇 가지

조니워커 블랙라벨과 산토리 가쿠빈을 먹은 다음날 집에서 만든 시어진 막걸리를 증류한 소주를 먹은 적이 있었다. 솔직히게 그냥 막 증류해서 먹은 소주가 더 맛있더라. 쌀의 단맛이 진한 게 그냥 물만 더 넣어 희석하면 숭늉이겠다 싶었다. 아, 이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굳이 소주를 오래 숙성해서 먹을 생각을 안했었구나. 보리로 만든 소주를 4개월간 항아리에 숙성했다가 고구마소주를 대신 넣으면서 꺼내서 맛을 봤다. 아, 맛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 맛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쌀로 만든 소주에 비해서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많다. 고구마소주 역시 고구마 향과는 별개로 쌀과 누룩이 들어갔을 때 맛과 향이 더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 고구마소주 숙성하지 말고 그냥 바로 다 먹어버릴까 잠시 생각했을 정도로..

나의 이야기 2025.03.01

문득 느끼는 육회의 아쉬움, 내가 쇠고기를 즐기지 않는 이유

확실히 느꼈다. 황교익이 옳았다. 아니 이전에 만화가 허영만도 자신의 만화 '식객'에서 다룬 바 있을 것이다. 소들이 곡물로 만든 사료를 먹게 되면서 소고기 특유의 맛과 향이 많이 사라졌다. 아주 오래전 내가 육회를 좋아했을 때는 그냥 대충 생고기를 잘라 입안에 넣으면 바로 화악 소고기 특유의 육향과 고소하고 달콤한 고기맛이 콧속까지 폭발하듯 번져갔었다. 그래서 오래전 김병조도 어느 집에서 국을 끓이면서 소고기 몇 점 만 넣으면 바로 온동네가 다 알더라는 어릴 적 경험을 방송에서 이야기한 바 있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고기 특유의 누린내라고도 느낄 수 있는 그런 맛과 향일 것이다. 유럽의 귀족들이 다 자란 소보다 어린 송아지를 즐겨 먹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소가 다 자라면 일단 고기가 질기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 2025.01.14

토탈워 시리즈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

확실히 오래전 미디블 토탈워를 하던 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단 체력이 딸린다. 그만큼 더 오래 쉬어야 한다. 하루 두세 시간 자면서 게임을 하고도 멀쩡히 일하러 갈 수 있었던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건강관리 좀 해 보겠다고 운동을 시작했더니 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한 번 전투가 시작되면 몇 십 분 단위로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전투를 매번 반복해야 하는 게임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면 전투를 스킵하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것이면 굳이 토탈워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종류의 게임으로 토탈워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이미 넘치도록 많다. 토탈워:삼국에 이어 토탈워:워해머까지 해보고 난 결론이다. 너무 귀찮다. 너무 피곤하다. 너무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그럼에도 재미..

나의 이야기 2024.11.30

몰트로 술을 만들다가, 누룩 만만세!

흔히 중국의 3대 발명품으로 화약, 나침반, 종이를 꼽는다. 하지만 몰트를 사용해 술을 만들어보고 나는 깨달았다. 중국문명이 위대한 이유는 정작 다른 것이었다. 몰트로 술을 만들려면 먼저 일딴 몰트를 굵게 부숴야 한다. 너무 잘면 나중에 힘들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일정한 온도 맞춰가며 당화를 시켜야 한다. 이것만 또 몇 시간인데 여기다 다시 효모까지 넣어야 한다. 맥주를 만들려면 여기에 홉을 넣어 끓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대체 단계가 몇 개야? 그런데 누룩으로 술을 만들려면 쌀을 씻어서 찌고 그리고 누룩과 섞고 끝. 굳이 찌기 싫으면 밥솥에 밥만 해서 섞어도 상관없다. 누룩과 쌀을 섞어서 뒤집어주는 교반이 필요하다는데 사실 굳이 안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일단 물만 잘 맞추면 다른 것 안해도 대..

나의 이야기 2024.11.23

와인이 팔리지 않는 이유? 스스로 쌓아올린 벽

원래 와인은 그렇게 어려운 술이 아니었다. 당연하다. 그냥 포도 발효시킨 술이다. 포도 표면에 효모가 이미 함께하고 있었기에 그냥 즙을 내어 안에 함유된 당을 발효시키면 되었던 터라 맥주와 함께 가장 오래전부터 만들어 먹던 술 가운데 하나이기까지 했었다. 한 마디로 원래 시작은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석회질 지반 덕분에 물이 좋지 않았던 유럽에서 맥주와 더불어 물을 대신할 수 있는 음료로써 그렇게 아주 오랜 세월동안 폭넓게 소비되어 온 술인 것이다. 거기에 뭐 복잡한 논리나 예법 같은 것이 있겠는가? 사실 와인산지들에도 보면 테이블와인이라고 해서 그냥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종류의 값싼 와인들도 존재하기는 한다. 하긴 요리할 때도 물 대신 와인을 때려넣고 하는데 그..

나의 이야기 2024.11.19

도시 서민과 갓구운 빵? 전근대 도시의 주거환경

중세 비스무리한, 꽤나 근세에 더 가까워 보이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른바 장르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일 것이다. 갓구운 따끈한 빵, 혹은 갓구운 빵에서 나는 고소한 향기... 당연히 그 배경이 대단한 귀족이거나 혹은 부유한 상인의 저택이 아니라면 그냥 거짓말이다. 그런 건 없었다. 당장 바로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같은 나라들에서 우리보다 더 일찍 매식업 - 즉 식당업이 정착해 있었던 이유는 다른 것 없었다. 전근대의 도시에서 서민들의 주거에는 식사를 조리할만한 주방이 없을 때가 더 많았다. 당연한 것이 음식을 조리하려면 불을 다뤄야 하는데, 불을 다룰 정도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공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그런데 당장 한 푼도 아쉬운 처지의 서민들을 위해 그만한 투자를 했을 것인가. 유럽도 사정은 다..

나의 이야기 2024.11.18

맥주에 반드시 홉을 넣어야 하는 이유? 보리로 술만든 실패담

보리로 술을 만들어 보려 많은 시도를 해 봤었다. 당연히 맥주는 아니다. 결국은 청주와 막걸리였는데, 어차피 맑은 술 떠내면 청주고 지게미 섞어서 거르면 막걸리니까 그냥 퉁쳐서 막걸리를 만들려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다 보니 결론이 나왔다. 아, 이래서 맥주에 그루트나 홉 같은 걸 넣는구나. 그러고보면 이상하기는 했었다. 맥주라는 자체가 맥아에서 생성되는 효소를 이용해서 곡식을 당화하고 그를 효모로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었다. 만드는 방법 자체가 너무 쉽고 단순해서 그냥 맥아로만 발효시켜 먹어도 될 텐데 왜 굳이 다른 부재료들을 넣는 것이 아예 필수처럼 되어 버렸는가. 당장 맥주순수령부터 보리와 물과 효모에 더해 홉까지 넣을 것을 강제하고 있지 않았는가. 홉이 들어가지 않으면 맥주가 아니다. 그런데 막걸리는 ..

나의 이야기 2024.11.12

탕수육, 부먹과 찍먹의 이유- 너무나 달라진 탕수육에 대해

탕수육을 주문해 먹지 않은 지가 꽤 된 것 같다. 인간적으로 너무 돈이 아깝다. 오래전 탕수육이라고 하면 소스에 오만 과일과 야채가 들어가 있어 한 눈에도 꽤나 풍성해 보이는 '요리'였다. 하긴 고작 고기튀김에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낸 소스를 곁들여내는 요리를 굳이 특별한 날에 짜장면의 몇 배나 돈을 내가며 사먹을 이유따위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 탕수육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라 말하기 힘들다. 원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였으니 탕수육이 중국집을 대표하는 '요리'로 대중에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당장 생각나는 탕수육 소스의 재료만 해도 기본이 되는 식초와 설탕, 전분에, 당연하게 죽순도 들어가고, 당근과 양파와 파와 양배추와 그리고 사과, 귤, 파인애플, 목이버섯, 그리고 또 뭐가 더 있더..

나의 이야기 2024.11.04

짜장면은 만들어 먹어야 하는 이유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낡은 중국집이 하나 있었다. 물론 자주는 가서 먹지 못했다. 그때 짜장면이라는 게 특히 아이들에게는 그리 흔히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주방 창문 너머로 열심히 면을 치던 주방장의 모습을. 원래 짜장이란 재료를 기름에 볶은 뒤 전분과 물을 넣어 끓여서 만드는 것이었다. 이때 전분과 물을 빼고 바로 기름에 볶아 내오는 것이 바로 간짜장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간짜장의 '간'을 맛이 짜서 간짜장이라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간짜장을 대량으로 만들어 걸죽해지도록 물과 전분을 더하면 그게 짜장이 되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무리 짜장이라도 그래서 내가 어릴 때..

나의 이야기 2024.11.03

맥주는 좋아하지만 홉의 쓴맛은 싫다? 산업화와 대중성, 그리고 시대의 변화

커피를 좋아하는데 커피 특유의 쓴맛과 신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믹스커피들 보면 커피의 개성을 최대한 죽이는 방향으로 조합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맥심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한 번은 초콜렛 먹고 커피를 마셨는데 진짜 아무 맛도 안나더라. 초콜렛의 단맛이 먼저 들어가니까 정작 맥심에서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의 선입견 때문에 지금도 당장 귀찮아서 믹스커피를 먹더라도 맥심은 절대 피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커피가 다 그런 것 아닌가. 초콜렛의 맛과 향이 얼마나 강한데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간식 먹을 때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 초콜렛 들어간 단과자나 빵이랑 커피를 같이 곁들여 먹는 것이다. 적당한 산미와 적당한 쓴맛과 커피의 강한 풍미를 곁들이면 당연하게 초..

나의 이야기 202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