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의도했다기보다 그냥 집안에 있는 양조도구들이 죄다 작아서 생긴 결과였다. 보리 500그램으로 맥주를 만들려는데 맥즙을 만들 냄비가 5리터도 채 되지 않았다. 대충 어떻게 되겠거니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 보리밥을 넣고 엿기름을 넣고, 낮은 온도로 5시간 이상 삭힌 뒤 단물만 시아주머니로 걸러서 홉을 넣어 한 번 끓인 뒤 발효를 시작했다. 물이 너무 적지 않은가. 실제로 적었다. 그래서 맛있었다. 맥주를 마실 때마다 항상 느끼던 불만이었다. 맛과 향이 좋다는 수입맥주를 먹으면서도 항상 아쉬웠었다. 너무 심심하다. 막걸리같은 묵직함이나 위스키같은 강렬함도 없이 먹고 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맥주를 한동안 먹지 않았었는데. 물을 적게 넣고, 홉도 듬뿍 넣고, 양조용 냉장고로 12도 온도 맞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