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821

사이코지만 괜찮아 - 운명보다 필연, 그들이 만나고 함께여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강태에게는 형 상태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자기가 위험한 순간에조차 외면하고 혼자 떠나갔던 상태였지만 그런 강태라도 있었기에 의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태에게도 돌아가 기댈 수 있는, 마음놓고 기대어 화내고 울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강태도 아직 아이였을 텐데. 누군가의 도움이, 보호가 간절히 필요한 아이였을 뿐인데. 그런데도 형 상태라도 없었다면 누구에게 기대어 지금껏 버틸 수 있었을 것인가. 형마저 버리고 떠나간 자신을 구해준 순간 강태는 고문영에게서 그런 대상을 보았을 지 모르겠다. 고문영이라면 온전히 자신을 받아주고 자신을 품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도망친 것은 기대와 다르게 고문영조차 자기가 감당해야 할 무엇으로 여겨진 때문인지 모른다. 역시나 당시의 강태는 아직 작고 약한 ..

드라마 2020.07.06

사이코지만 괜찮아 - 상처투성이 인간들, 그들이 만나는 이유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마지막 기댈 곳이어야 한다. 해가 저물고 하늘이 어둑해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처럼. 밖에서 누구와 무슨 일이 있었든 집에만 돌아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오로지 자신의 편이 되어 억울함도 들어줄 것이고,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달래주기도 할 것이다. 배부르게 먹고 따뜻한 품에 안겨 마음놓고 있으면 어느새 새록새록 잠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것 같은 행복이 모든 사람들에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차라리 집에서 나와 도망치고 싶다. 위험해야 할 집밖에 더 안전하고, 마음놓여야 할 집이 더 두렵기만 하다. 마지막에 돌아가 안겨야 할 부모의 품이, 가족이란 울타리가 오히려 차가운 가시처럼 자신의 몸과 마음을 헤집는다. 집을 나..

드라마 2020.06.29

사이코지만 괜찮아 - 잔혹해서 슬픈 모순의 동화, 그들의 이면

원래 사람이란 잔혹한 만큼 슬프고 악독한 만큼 아픈 법이다. 상처가 그 사람을 만들다. 베이고 찢기고 후벼파여진 상처들이, 그로 인해 얻었고 잃었던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 것이다. 고문영의 견해에 동의한다. 어차피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을 아름다운 동화로 꾸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더 적나라한 모순이고 부조리다. 그것을 사람들은 판타지라 부르는 것이다. 흥부전의 교훈은 착하게만 살다가는 어차피 있지도 않을 행운이 아니면 죽도록 고생만 한다는 뜻이고, 인어공주 역시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열정이란 영혼이라는 자기만족으로 끝나고 만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지 않았다면 흥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잘 살았을까? 자식들까지 행복하게 살았을까? 공기의 정령이 되어 영..

드라마 2020.06.28

사이코지만 괜찮아 - 강렬하며 단단한 개성과 존재감, 주인공인 이유

처음엔 코유키인가 했었다. 진한 아이라인에 큰 눈, 약간의 울상, 그리고 말려올라간 입꼬리, 아, 일본 배우 이름이다. 여기 드라마 카테고리 맨 처음 올라간 드라마 이전 일본 드라마 한창 빠져 볼 때 몇몇 배우는 이름까지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지? 누군데 이런 느낌을 풍기는 거지? 설마 서예지였을 줄이야. '무법변호사'에서 그 정의감에 넘치던 초짜 변호사가 이런 원숙한 세련됨을 연기하고 있을 줄이야. 원래 이게 본모습이었을까? 원래 바위란 것은 자신이 지나온 세월을 그대로 담아 보여준다. 아주 오래전에 지진이 있었다. 땅이 솟구쳐 올랐고, 혹은 바다로 가라앉았었다. 때로는 화산이 폭발에 용암이 솟구쳤을 것이고, 어디선가 바다와 만나 급하게 식었을 것이다. 호수 밑바닥에는 공룡이 가라앉았었다. 바람이..

드라마 2020.06.21

번외수사 -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서, 오니 권기웅이 잡힌 이유

어른이라고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약하고 불완전하다. 오류투성이에 그런 잘못들을 인정하기 싫어 거짓말에만 익숙하다. 그런 어른들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아이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권기웅이 잡히는 과정은 그래서 매우 상징적이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오니 권기웅이지만 결국 오토바이를 몰면서도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길 위만을 달려야 했던 것이다. 어른들이 길을 막고 가지 말라 하면 다른 길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경찰에 잡힌 뒤에도 그래서 권기웅은 어른이 만든 촉법소년이라는 법에 기대 자신을 지키려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잘못은 누구의 잘못이다? 바로 어른들의 잘못이다. 인간은 누구나 악하다. 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이 선할 수 있는 이유는 선한 개인이 더 환영받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

드라마 2020.06.15

번외수사 - 유튜브와 언론, 그 섣부른 예단의 결과

그러고보니 나 역시 저런 모습들을 그저 좋게만 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기자가 검사처럼, PD가 판사처럼, 어차피 수사권도 없고, 강제력도 없을 텐데도, 그저 눈에 보이는 단서들만으로 쉽게 단정짓고 그를 기사로 방송으로 내보낸다. 자신은 정의를 실현한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일개 민간인인 기자와 PD가 수집할 수 있는 증거와 증언이라는 것이 얼마나 그렇게 철저하고 완벽할 수 있을까? 하긴 기자도 PD도 아닌 일개 유튜버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또 가만 생각해 보면 그 유튜버와 기자, PD란 것들이 또 얼마나 다른 점이 있기는 한 것인가. 유튜버가 터뜨리니 너도나도 베껴서 사실확인조차 없이 기사로 써갈기는 것이 바로 기자란 것들이다. 시청률 오르겠다고 그것을 또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것이 ..

드라마 2020.06.14

번외수사 - 유성국 시장의 한 가지 리얼리티와 한 가지 판타지

하나는 리얼하고 하나는 허무맹랑하다. 검사는 죽이는 수사로 명성을 얻고 덮는 수사로 부를 쌓는다. 명성과 승진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죽일 수 있고,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어떤 사건이라도 덮을 수 있다. 자기가 음주운전으로 살인까지 저지르고서도 무고한 사람을 살인자도 만들어 더욱 명성을 얻고 시장까지 되었으니 이 얼마나 모범적인 검사인가. 허무맹랑하다는 부분은 정확히 둘이다. 첫째 검찰이 같은 검찰의 범죄를 애써 수사해서 구속하거나 기소까지 하는 일따위 거의 없다. 동영상에 나온 인물이 유성국 시장인지 어떻게 알아보고? 검사들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하나같이 눈이 나쁘다. 사명감도 남달라서 같은 검사일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는 공평무사함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경찰이 무려 전직이..

드라마 2020.06.07

슬기로운 의사생활 - 밴드의 이유, 그립고 부러운 친구들처럼

가끔 오래된 밴드들을 보면 눈물겨울 때가 있다. 나이를 먹은 만큼 손도 무뎌지고, 박자감각도 둔해지고, 당연히 보컬의 목소리도 잘 안 올라간다. 힘겨워서 허덕거리며 간단한 코드조차 틀리는 밴드들을 보면 그만큼 세월이 흘러갔구나. 그런데도 그런 아쉬움들마저 세월과 함께 하나로 녹아드는 것이 과연 밴드란 것이구나. 틀리면 틀리는대로 맞춰가고, 못하면 못하는대로 또 맞춰가면서, 그런데도 그마저도 모두 하나의 소리로 녹여낸다. 그마저도 밴드의 개성이 되는 것이다. 잘해서 밴드가 아니라 함께하니까 밴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노래를 잘해서 가수가 아니다. 기타를 잘쳐서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연주를 잘하니까 밴드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계속해서 내 자리를 지키는..

드라마 2020.05.30

슬기로운 의사생활 - 억눌러 온 진심을 드러내야 할 때, 어른의 사랑을 위해

이익준이 김준완과 동생 익순의 관계를 눈치챘다. 학회준비를 위해 공부하겠다고 병원으로 돌아간 사람이 정작 사무실에서는 프리셀이나 하고 있었다. 공부하러 병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뻔하게 티를 내면서도 아닌 척 힘들게 연기를 하는 친구와 동생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아마 이익준이 전처와 이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한 사람을 가슴에 품고서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아주 많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것은 살을 맞대고 감정을 공유하며 살아야 하는 배우자가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게 무슨 문제냐 싶다가도 쌓이고 쌓이는 사이 원망이 되고 미움이 되고 끝내는 함께할 수 없..

드라마 2020.05.23

영혼수리공 - 그냥 몸살처럼, 삶의 흔적처럼

사람의 몸도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부딪히고 혹사당하는 사이 어느새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날 당연하게 조명등을 갈려다가 문득 깨닫게 된다. 어깨가 아프다. 팔이 위로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혹은 걷는데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어쩔 수 없이 멈춰서 어딘가 기대 서야만 한다. 병원에 찾아가야겠지. 아마 병원을 찾아 검사해보면 알겠지만 몸이 완전히 정상 그대로인 사람은 오히려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딘가는 고장나 있다. 근육이든 관절이든 아니면 신경이든. 내장은 정상일까. 그런 점에서 정신질환이란 몸살과도 닮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을 너무 혹사시켜 걸리는 몸살처럼 자신을 너무 혹사시킨 결과가 아닐까. 자기 때문일수도 있고 아니면 주위의 다른 누군가로 인한 것일 수도 있..

드라마 202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