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821

미씽 - 죽은 이들의 마을과 시체찾기?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뭔 드라마인가 싶었다. 아무 사전정보 없이 본 터라 악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며 억울한 사람들을 돕는 뻔한 반영웅적 드라마일 것인가. 하긴 곁다리가 너무 길기는 했었다. 지루해서 그만볼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1회 끝날 때 쯤이나 되어서야 겨우 흥미를 가질 수 있었으니. 한 마디로 시작이 너무 뻔했다는 것이다. 너무 뻔한 스릴러의 공식을 답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흔한 OCN스러운 스릴러드라마일 것인가. 반전은 김욱이 자신을 납치한 무리들로부터 도망치다가 벼랑에서 떨어진 뒤 깨어난 두온마을의 정체였을 것이다. 설마... 설마... 더구나 2회에서 죽은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것도 신선한데 시신을 찾지 못해서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한 이들이 모인 마을이라는 점이 흥미를 자극한다. 저들..

드라마 2020.08.31

비밀의 숲2 - 쉬운 길을 찾아서, 인간이 악하지 않고 약한 이유

그러고보니 그동안 몇 번이나 아주 질리도록 반복해서 말해 왔을 것이다. 인간은 악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다. 약하기 때문에 굳이 힘들고 어려운 길보다 편하고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기보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당연히 더 편하고, 어렵게 설득해서 돈을 내놓게 하기보다 폭력으로 위협해서 내놓도록 만드는 것이 더 쉬운 것이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죽여서 아예 증거를 인멸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더 쉬운 수단이 있다. 더 편한 방법이 있다. 더 빠른 지름길이 있다. 그러면 당연히 그리로 가는 것이다. 멀리 돌아가려면 피곤하기에 들어가지 말라고 세워놓은 표지판마저 무시하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을 지혜라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지 말라고 한다면 그래야만..

드라마 2020.08.30

비밀의 숲 시즌2 -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경갈등, 시사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

주인공이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기분이 나빠져서 그냥 보지 않으려 했었다. 현실에서 검사놈들이 하는 짓거리가 있는데 드라마의 내용이라는 게 그런 검사들을 미화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과연 '비밀의 숲'이 검사를 미화하는 드라마였는가. 그래서 아무 사전정보 없이 뒤늦게 '비밀의 숲 시즌2'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이거 재미있네. 진짜 시의적절이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것이다. 검찰개혁이 가시화되며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권조정 문제로 청와대까지 한바탕 시끄러운 와중이다. 일단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가운데 수사권을 경찰과 나누려 하니 경찰에 더 줘도 문제 덜 줘도 문제인 상황이 되어 버린 탓이다. 경찰의 조직이 검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방대하고 치밀하다. 대부분 시민..

드라마 2020.08.17

십시일반 - 서스펜스라는 욕망의 포르노, 욕망에 사로잡힌 군상들

서스펜스는 마르퀴 드 사드를 닮았다. 인간은 어디까지 욕망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인간의 욕망이란 원래 주어진 본능 같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이 상상하여 추구하고 만들어낸 대상이란 것이다. 인간은 또한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사드는 성욕이라는 욕망을 통해 그것을 그려냈고, 서스펜스는 물질세계의 다양한 욕망을 통해 그것을 담아낸다. 처음에는 그저 유명화가 유인호의 재산을 노리는 주변인들의 욕망만이 보이는 듯했다. 유인호가 죽으면 물려받게 될 수 백억 대의 재산을 노리고 심지어 피를 나눈 가족들마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유인호의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성격에 매번 상처받으면서도 그래도 죽고 나면 자신의 것이 될 지 모르는 재산으로 인해 애써 웃으며 그 주위를 떠나려 하지 않고 있었다..

드라마 2020.08.14

사이코지만 괜찮아 - 엄마 도희재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 어쩌면 제목의 의미

마지막회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도희재에게도 가족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자기가 남들과, 심지어 가족들과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 줄곧 간절하게 바라왔을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그래서 온전히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를 가지고 싶다. 그것이 도희재에게 가족의 의미였을 것이다. 어째서 남편에게 살해당할 뻔한 뒤 얼굴까지 고치고 성진시로 돌아와 남편과 딸의 주위를 맴돌았던 것일까? 굳이 정체를 숨기겠다고 간호사가 되어 아예 병원에 눌러앉을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단지 가까이서 머물며 감시하려고만 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남편에게 자신을 죽이려 한 복수를 하려 했어도 기회는 많았었다. 하지만 도희재가 남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은 아무 여한도 없다며 자신의 존재마..

드라마 2020.08.10

사이코지만 괜찮아 - 드러난 도재희의 정체, 마침내 마주한 진실

솔직히 예상한 바였다. 클리셰라기보다는 기술이다. 드라마를 만드는데 있어 필수인 정석이라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아예 없다시피 한 소설과 달리 영화와 연극, TV드라마 등 극의 형태는 상당한 현실적 제약 안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냥 새로운 세트를 지을 수 없기에 특정한 배경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당연히 출연료도 만만치 않은데 무한히 새로운 배역을 만들어 출연시킬 수 없으니 정해진 배역 안에서 모든 역할을 나누지 않으면 안된다. 말하자면 극이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밀실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공간과 배역 안에서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인가. 그래서 아직 드라마에서 비밀로 감춰진 부분이라 할지라도 결국 드라마 안에 그 답이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드라마 2020.08.02

십시일반 - 제목의 뜻과 욕망의 군상들

대충 시놉시스와 캐릭터 설정을 보고 어느 추리만화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리고 있었다.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 어느 외롭고 성질 더러운 늙은이가 자기를 이용하려고만 주변사람들에게 복수하려 음모를 꾸민다. 그만큼 유인호의 성격도 괴팍하고 주위에 모인 사람들 역시 그저 유인호의 돈만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러면 너무 뻔하지 않겠는가. 별 기대없이 보다가 점점 빠져드는가 싶더니 바로 어제 제목 '십시일반'의 이유가 나오며 바로 빵 터지고야 말았었다. 아, 이런 의미였구나. 이래서 십시일반이었구나. 이래서야 진짜 오리무중이다. 유인호의 사인이 수면제 알러지가 있는 상태에서 한 번에 다섯 알 분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나는 유빛나의 엄마 김지혜, 하나는 가정부 박여사, 다른 하나는 사실상 ..

드라마 2020.07.30

사이코지만 괜찮아 - 비로소 가족이 되어, 비밀의 시간이 다가오다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다면 싸울 수 없다. 싸워서도 안된다. 신뢰가 없으면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파괴와 원망만 남을 뿐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족이기에 더 많이 더 자주 별 것 아닌 이유로도 크게 싸우고 다툴 수 있는 것이다. 그래봐야 가족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너무 마음을 놓은 결과 때로 돌이키지 못할 지경에 몰리기도 한다. 과연 강태에게 형 상태는 가족이었을까. 지금까지 온전히 가족이기만 했을까. 항상 양보만 하고 있었다. 바라는 것이 있어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원망하는 마음이 있어도, 그저 꾹꾹 눌러 참으며 형을 위해서만 살려고 했었다. 그래도 형인데, 그래도 동생인데, 그러나 형 상태는 그저 피보호자일 뿐이었고, 강태 자신은 그런 형의 보호자여야만 했었다. ..

드라마 2020.07.26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 가족에 대한 적나라한 에세이

너무 가까워도 보이지 않는다. 자기는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초점 안쪽에 흐릿하게 왜곡된 모습을 보며 본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남편이니까, 아내니까, 자식이니까, 자매니까, 형제니까, 부모니까, 혹은 가까운 친구이고 연인이니까, 그래서 내가 더 잘 안다 생각하기에 더 알려 하기보다 관성에 맡기고 지레 판단하고는 한다. 그래서 사랑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미워하고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싫어지고 멀어지고 있다고. 다만 가족이 특별한 이유는 그럼에도 헤어지면 남인 부부나 연인과 달리 여전히 가족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아마 그래서 김은희는 9년을 연애하고 헤어졌는지 모른다. 가족처럼, 서로의 가족들과도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이조차 한 순간에 마음이 돌아서며 완전히 파탄나고 만다. 우..

드라마 2020.07.22

사이코지만 괜찮아 - 어느새 멈춰버린 시간, 그 족쇄를 풀고서

사람이 죽으면 시간도 함께 멈추게 된다. 까마득한 오래전 일들도 바로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남아 때때로 자신을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족쇄라는 것이다. 마치 시간속에 갇혀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영화속 이야기처럼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영영 그 시간에 갇혀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 그래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아 버리는 경우마저 있다. 차라리 다른 시간 다른 공간 속에 다른 사람으로 살면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오래전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 때문에. 아니 무심히 들었던 말 한 마디가 원인이 되어서. 그런데도 뿌리칠 수 없는 것은 더이상 뿌리칠 대상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잘못했단 말도 할 수 없고 미안했단 말도 들을 수 없다. 사과할 수도 없고 책임을 ..

드라마 2020.07.12